한국인 최초 싱가포르 오페라 연출 맡은 김숙영 연출

빅토리아 극장 리모델링 개관 기념작 '박쥐' 선보여

김숙영 연출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김숙영 연출가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오페레타 '박쥐' 연출을 맡았다.

김 연출은 '뉴 오페라 싱가포르'가 150년 전통의 빅토리아 극장 리모델링 개관 기념으로 준비한 오페레타 '박쥐' 연출을 맡아, 지난 25~27일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싱가포르는 한국인 성악가 초청 음악회를 여러 번 개최한 적 있지만 연출가 초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 오페라 싱가포르 관계자는 "창작오페라 '운수좋은날'과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등에서 김 연출가의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스타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김 연출은 19세기 독일을 무대로 펼쳐지는 오페레타 '박쥐'를 21세기 싱가포르로 배경을 옮겨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구성했다. 또 싱가포르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인식해, 극중 인물인 '닥터 팔케'를 한국인 공연기획자로 설정하고 한국어와 한국드라마, 유행어, 현대적 춤사위 등을 삽입하는 파격적 시도를 했다.

김 연출은 "많은 오페레타가 단지 가볍고 재미 위주로 공연되는 것이 아쉬웠다.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희극 안에는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진지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서는 가벼운 사랑에 익숙해 사랑을 쉽게 하고 쉽게 끝내는 현대인의 무책임, 우정을 중요시하지만 그 안에 있는 의리를 쉽게 놓치기 쉬운 현대인의 경솔함, 순간의 즐거움과 순간의 이익을 위해 가볍게 거짓말을 하고 위선을 자행하는 현대인의 이중성 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쥐'에서 닥터 팔케 역으로는 박준혁 한양대 겸임교수, 오를로브스키 역으로 손정아 경북대 외래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김숙영 연출을 비롯한 한국인 문화예술인을 초청한 뉴 오페라 싱가포르는 2012년 창단해 유일하게 국가지원을 받고 있는 오페라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