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편법 ‘일부다처’ 제동…중혼이더라도 판결 확정 전까지는 법률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아이를 7명이나 낳고 47년간이나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부부가 어느 날 ‘이 결혼은 무효’라면서 혼인취소 결정을 받았다. 어떤 사연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
헌법재판소는 최근 흥미로운 내용의 ‘중혼 취소청구권의 소멸에 관한 부진정입법부작위 위헌소원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A씨는 1962년 B씨와 결혼해 7명의 자녀를 두고 47년간 살았다. A씨는 2008년 2월 사망했다. A씨와 B씨는 법률상 혼인관계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A씨가 사망한 뒤 문제가 발생했다. C씨가 2009년 10월 A씨와 B씨의 결혼은 무효라면서 혼인취소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에서 혼인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알고 보니 C씨도 A씨와 결혼을 했던 법률상 혼인관계였다.
C씨는 1945년 A씨와 결혼해 1남 3녀를 뒀다. 그런데 A씨가 1962년 자신의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변경해 새로 호적신고를 한 뒤 B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C씨와 이혼을 한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일부 다처’를 금지한 현행 법을 교묘하게 위반한 셈이 됐다.
B씨는 C씨와의 혼인취소소송 상고심 과정에서 민법 제819조, 제820조 등에서 중혼 취소청구권의 소멸사유 또는 제척기간을 두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C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우리사회의 중대한 공익이며 헌법 제36조 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일부일처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취소할 수 있는 혼인은 판결에 의해 취소되면 그 때부터 비로소 혼인관계가 해소되는 것”이라며 “중혼이라고 하더라도 취소 판결 확정 전까지는 유효한 법률혼으로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중혼 취소청구권의 소멸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히 불합리해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후혼배우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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