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재지정 앞두고, 서로 유리한 보고서 내놓고 여론잡기 신경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둘러싸고 경제 4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간의 대립이 점차 격화되고 있다. 적합업종 재지정과 관련해 한 차례 대립한 데 이어, 이제는 보고서를 통해 적합업종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 싸움'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18일 중기중앙회는 내주 중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ㆍ소상공인들의 성장성을 제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전경련이 발표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중기중앙회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탓이다.
이 보고서는 전경련이 빈기범ㆍ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연구 의뢰해 마련한 것으로,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중소기업의 총자산성장률, 총고정자산성장률 등 성장성 지표가 하락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ROA(총자산순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매출액영업이익률 등 중소기업의 수익성과도 큰 연관성이 없으며, 경쟁력 지표 중 하나인 CAPEX(총자산 대비 자본지출)도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이 이런 시기에 민감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적합업종 재지정을 앞두고 '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지난 10일 적합업종 재지정 신청 마감 결과 중소기업계는 총 77개 업종을 재신청한 반면 대기업은 50개 업종을 해제 신청했다. 이달 말부터 양측이 본격적으로 50개 업종을 두고 대립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전경련의 보고서가 일부 규모가 큰 기업만을 대상으로 결론을 도출한 '반쪽짜리'라는 지적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과의 논리싸움을 대비해 중소기업 뿐 아니라 소상공인까지 포함해 조사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유한 보고서에서는 전경련과는 정 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또 ROAㆍROEㆍ영업이익률 등의 지표가 통계적 유의성이 없음에도 무작정 인용, 왜곡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함께 '동반성장' 의지를 확인했던 두 단체가 이제는 서로를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이달 초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대ㆍ중소기업이 자율적으로 합의했던 적합업종의 합의정신을 훼손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직설' 건의를 하기도 했다. 주체를 명시하지는 않고 우회적으로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대기업과 전경련을 겨냥한 말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회장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간의 대리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중소기업계는 '중기대통령'을 자처하는 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기조가 경제민주화에서 규제완화로 크게 '유턴' 하면서 이같은 기대는 제대로 화답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말 임기 만료를 맞은 유장희 동반위원장의 후임도 차일피일 미뤄지다 석 달 만에 겨우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로 정해졌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규제개혁위원장을 역임했던 분이 동반위원장으로 오다니 씁쓸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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