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명간 480여일간의 공직 수행을 마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취임 전 부진했던 우리 경제는 그의 재임기간 동안 3%의 성장률을 회복하는 등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의 회복을 거뒀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먼저 경제 회복 불씨를 확산시키지 못한 것이 그 첫 번째다.현 부총리 본인도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가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1분기 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2.1%였다. 취임한 직후인 2분기는 2.7%였고, 3분기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3.4%의 분기 성장률을 보였다. 4분기에는 3.7%로 오름세를 지속했고, 올 1분기 분기 성장률은 3.9%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세가 올 2분기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세월호의 영향으로 서비스산업과 소비가 둔화됐고, 투자도 부진한 모습을 지속했다. 급기야 기재부는 이달 그린북을 통해 "경기 회복세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기재부에서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지속됐던 '완만환 경기회복세'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또 성장률 수치가 오르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했던 것도 한계였다.
현 부총리도 지난달 새 부총리의 지명이 이뤄진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 회복세의 불씨는 살아있지만 여전히 서민 경제 전반에 확산됐다고 보지는 않고, 그 점이 아쉽다"면서 "(경제 회복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경제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시절 경제 정책의 일관성과 경제부처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재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켰다.
경제 컨트롤 타워의 첫 번째 수장으로 현 부총리가 앉았지만 사실상 경제 정책의 주도권은 청와대가 쥐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의 기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도 나왔다.
일례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기재부가 제시한 100개 세부과제는 청와대를 거치면서 대폭 수정됐다. 또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전해진 경제정책의 수도 적지 않다. 현 부총리가 경제정책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부처 간의 소통과 협업이 부족해 엇박자를 낸 사례도 종종 있었다.또 기재부가 내놓았던 정책이나 법 개정이 국회에서도 번번이 발목 잡혔던 것 역시 '경제 컨트롤 타워'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는 대목으로 비쳐진다.
이 같은 지적이 잦아지면서 현 부총리는 경제 정책 발표를 전담했고,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현 부총리는 올 상반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세부 정책과제들에 대한 발표를 도맡았다. 기재부 외의 다른 부처가 주도하는 경제정책임에도 현 부총리가 나서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부적절한 언행으로 비판을 샀던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현 부총리는 올 초 카드사 정보유출사태가 발생한 뒤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지금은 사태를 수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현 부총리는 수차례나 "국민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사과하는 부총리'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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