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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나는 半冊半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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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의 '사람읽기' 인터뷰-유태우 '닥터U'원장

50%의 책과 50%의 사람으로 이뤄진 영혼


[리더의 서재에서]나는 半冊半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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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리더의 서재에서]나는 半冊半人이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한창때는 하루에 책을 서너 권씩 읽어 제치던 책벌레였다. 새로움과 지식에 대한 끝없는 갈망은 그를 책에만 빠져 사는 바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진정한 지혜는 책도 책이지만 사람들, 특히 사람들과의 만남과 소통에 있다는 것을 깨우쳤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지만 당시 의대생이라면 당연시 여기던 내과나 외과를 포기하고 생소한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 유태우 <닥터U와 함께 몸맘삶> 원장은 전공을 택할 때 보여준 것만큼이나 그후 여러모로 '삐딱이' 삶을 살아왔다. 모교에서 교수를 하다 홀연히 사표를 내고 클리닉을 개설해 '유태우 다이어트'를 개발해 반식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한 국내 최초로 제과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좋은 과자를 만드는 일탈도 서슴지 않았다. 혈압약은 치료제가 아니라며 '고혈압 3개월에 약 없이 치료하기'를 시작해 성가를 올리면서 제약회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책에만 의존하는 삶은 자칫 더 큰 지식의 수렁에 빠지는 오류에 젖을 수 있다며 오히려 책을 초월한 삶을 주장하는 유 원장을 만나봤다.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대뜸 '전 오히려 책을 권하지 않는 사람인데 시리즈 성격에 맞겠어요?'라고 되묻던데 그게 무슨 의미인가.
▲추천도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와 <사람>이란 책에서도 거론했지만 책은 인간에게 큰 양식을 주지만 자칫 해악이 될 수도 있다. <네 안에…>를 보고 감동을 받아 저자인 앤서니 라빈스를 만나려고 미국에 가서 저자가 하는 4박5일의 세미나에 참석했었다. 세미나 내용은 이미 내가 배웠던 것이었지만 정작 내가 놀란 것은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거의 쉬지 않고 그가 얘기를 지속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빠른 템포로 말이다. 하지만 참석자가 수천명이나 되는데도 그 사람이 나하고만 얘기하는 듯이 들렸다. 그걸 통해 사람의 능력은 책에 쓰여 있는 어떤 지식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추천도서 <사람>도 그런 면에서 일종의 은유다. 이 세상에 그런 이름의 책은 없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형태의 책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 책은 책대로 보고, 누굴 만나든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한테 배우는 것이 진정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람이라는 책은 everywhere, everytime,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래도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않았나.
▲물론이다. 내 인생 초반의 학습은 전부 책을 통해서 이뤄졌다. 그러다가 마음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는 물론 책도 봤지만 전 세계로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사람들로부터의 배움은 시간과 거리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마음공부를 어느 정도 끝내고 최근 몇 년은 주로 삶에 대해 공부했다. 지구상의 70억명의 삶이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한창때는 하루에도 책을 서너권씩 읽었다는데 어떤 식으로 그게 가능한가.
▲조금 독특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항상 질문하면서 본다. 내가 아는 내용이냐, 모르는 내용이냐. 그래서 아는 내용은 그냥 건너 뛰고 모르는 내용만 본다. 그런 식으로 보면 어떤 것은 30분이면 독파한다. 또한 책을 자주 읽다 보면 나름대로 내공이 생긴다.


-언제, 어디서 읽는가.
▲주로 새벽이다. 책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아침에 제일 많이 한다. 아무래도 저녁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과거엔 주로 서재나 소파에 봤는데 요새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읽는다. 지하철에서도 읽고, 서서도 읽고. 꼭 책을 들고 있지 않아도 되는 게 요새 이북이 있어서 편하다.


-서재는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소모품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서재뿐만이 아니고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소유물을 소모품이라고 생각한다. 소모품이라는 뜻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도 없어지고, 지식도 없어지게 마련이다. 없어졌다가 다시 채워지기도 하고, 새것으로 대체되기도 하고. 그래서 과거엔 책을 모두 서재에 쌓아뒀지만 요즘은 다 읽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다.


-그러면 책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책은 내 삶의 반쪽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거의 반쪽일 것 같다. 반쪽 정도는 책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고 나머지 반쪽은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의사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지식은 책으로부터 배웠지만 나머지는 사람들에게서 배웠다. 어쨌든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갖고 있는 생각, 사상, 믿음, 확신, 이런 것들을 갖게 못했을 것 같다.


-몸맘삶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병을 일으키는 나쁜 사고방식, 생활 습관, 삶의 관계를 바로잡아 스스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게 치료의 첩경이라는 신개념치료법이다. 인간의 몸, 즉 신체와 맘, 즉 정신 그리고 삶, 즉 인생에 두루 관여하는 생각이나 습관, 행동 전반적인 부분의 개선을 통해 사람은 행복하고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기본 바탕이다. 그런 점에서 내몸의 70%를 이루는 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스트레스는 왜 받는가.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이야기하는 나라는 한국뿐인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말도 아닌 그 단어가 왜 이렇게 유행어가 됐나. 다들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를 푼다, 이렇게 말하는데 영어에는 쌓인다, 푼다, 이런 말은 없다. 'I'm under stress', 이런 말은 있다. 이는 한국적 정서인 한(恨)과 관련이 깊다. 한(恨)의 가장 깊은 배경은 '어쩔 수 없다'인데 '내가 어쩔 수 없다' 이것이다. 그러니까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가 나한테 오는 것을 나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풀어야겠다, 우리 문화에 그런 말이 등장한 것이다. 스트레스는 쌓이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원인은 남과의 비교에서 비롯된다. 내가 너만큼 가져야 되는데 왜 나는 너만큼 못 갖느냐, 내가 너만큼 대우받아야 되는데 왜 나는 너만큼 대우받을 수 없느냐는 식이다.


-여생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죽을 때까지 즐겁게 일하자는 게 목표다. 즐겁게 일하고, 죽을 때까지 은퇴하지 말자. 놀면서 일하자는 게 내 철학이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과로사하거나 아프지 않고, 지금 즐겁게 일하면 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기면 된다.


◆유 원장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크리스머스 휴일, 거짓된 생활 <윌리엄 서머셋 모옴ㆍ정음문화사>= 어렸을 적 내 삶의 틀을 만들어 준 책. 주인공인 '찰리 메이슨'이 아니라 그의 친구인 '사이먼 패니모어'가 나에게 반면교사가 됐다. 괴팍한 성격의 그는 하루를 또박또박 계획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찰리 메이슨을 만나면서는 자주 화를 내는 등 이성을 상실한다. 빈한했던 나는 주변의 환경이 좋은 친구들을 보면서 패니모어처럼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앤서니 라빈스ㆍ씨앗을뿌리는사람>= 미국 심리학자가 쓴 자기계발서. 이 책도 내 삶에 큰 이정표가 됐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진 '내가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후로는 '환자가 무엇을 원하느냐'로 생각이 바뀌었다. 굉장히 두껍고, 조금 어려운 책이지만 읽어보면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나도 이룰 수 있겠구나'라는 메시지를 받을 것이다.


◆코스모스<칼 세이건ㆍ사이언스북스>= 출퇴근하면서 지하철만 보고, 지하철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고, 아니면 예능프로만 보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또 다른 실체, 즉 우주의 광대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아는 것과 느끼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공간과 시간이 광대하다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것을 온전히 느끼기란 쉽지가 않다. 138억년 우주의 역사에 비해 인류의 역사는 정말 짧은 시간이고, 내가 살 수 있는 100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사람<사람ㆍ언제 어디서나>= 내가 진짜 좋아하는 '책'. 그런데 실제로는 책의 형태를 지니지 않은 그냥 '사람'이라는 책. 사람은 책을 통해서 물론 제일 많이 배우겠지만,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사람'이라는 책이다. 나의 모든 지식, 경험, 인식은 책보다도 사람을 통해서 배웠다. 우리가 언뜻 보기에는 못난 사람, 잘난 사람, 별의별 사람이 다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다 뜯어보면 정말 배울 점이 많다. 책은 책대로 보고, 누굴 만나든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한테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유태우 '닥터U'원장 약력


▲1955년 서울생
▲경동고. 서울대 의과대학졸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과장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교실주임교수 및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세계가정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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