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지목되던 환율이 튀어 나왔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종가 기준 2.5원 급락해 1009.2원으로 내려앉았다. 한 달가량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해온 1010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그렇잖아도 내수부진으로 경기가 다시 주춤해지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환율 급락이 수출에 타격을 주면 우리 경제가 안팎으로 기댈 데가 없다.
지금 환율은 연초의 1050원대에 비해 4% 낮고, 연중 최고를 기록한 2월 초의 1080원대에 비하면 7%나 떨어진 수준이다. 문제는 환율 하락이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세 자릿수 환율을 각오해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대기업들은 나름대로 환변동 리스크에 대해 대비를 해놓고 있겠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어제 외환당국이 "외환 거래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다. 지금과 같은 환율의 대세 하락기에는 구두로든 실거래로든 외환당국이 개입한다 해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섣부른 실거래 개입은 투기거래만 자극해 환율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대세의 변곡점은 오는 10월쯤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때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면서 금리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다시 힘을 받을 것이다. 원화 환율이 가을께 반등하리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환율이 급락한 수준에서 계속 횡보할 경우에는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와 매출 부진이 심각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수출경쟁국들이 대부분 환율을 저평가 상태로 운용하고 있다. 우리 수출기업들은 그만큼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투기적 거래에 의한 환율 급변동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이 기민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세라면 거스르기보다 수용하며 역이용할 일이다. 경기, 환율, 금리를 아우르는 총체적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수 살리기는 환율 하락을 선용하는 동시에 그 급락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한국은행은 내수 살리기도 거들고 추후 금리인상 여지도 미리 넓혀둔다는 취지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도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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