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인가. '소득이 늘고 문화ㆍ여가생활도 나아졌지만, 안전과 건강 상태는 나빠졌다.' 통계청이 어제 처음 발표한 삶의 질 지표는 이렇게 답했다. 소득ㆍ고용ㆍ주거 등 물질 부문이 개선된 반면 건강ㆍ환경ㆍ안전과 가족ㆍ공동체 등 비물질 부문은 악화됐다. 70개 지표 가운데 개선된 지표(34개)보다 악화(22개)되거나 변화가 없는(14개) 지표가 더 많았다.
대체로 나아졌다는 물질 부문도 속내를 보면 걱정스런 데가 적지 않다. 1인당 소득과 주거면적, 공적연금가입률, 고용률 등이 나아진 반면 가구당 평균 순자산과 저임금근로자 비율 등은 나빠졌다. 상대적 빈곤율도 제자리걸음이다. 우리 사회의 숙제인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음'이다.
근로자 평균 근로소득이 늘어나는데도 가구 평균 순자산은 줄어든다. 자산보다 부채증가 속도가 빨라서다. 봉급 등 소득이 오르는데 비해 전월셋값 등 주거비용이 더 큰 폭으로 뛰니 생활이 팍팍해진다. 젊은이들이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로 불리는 이유다.
비물질 부문에선 건강 분야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비만율이 높아지는데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낮아졌다. 필요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미충족률은 저소득층에서 높았다. 산업재해율과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 도로 사망률 등은 제자리걸음이다. 한 부모 가구와 독거노인 비율, 자살률이 계속 높아지는 등 가족ㆍ공동체 영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국민행복ㆍ문화융성을 국정지표로 삼고,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관리를 강조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방증이다.
성장률과 국민소득 등으로 파악하기 힘든 삶의 질을 보여주는 새로운 통계 서비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주거 지표에서 전월셋값 동향이 빠진 게 이상하다. 치솟는 전월셋값 안정이 정부의 핵심 정책이고 주거 형태에서 전월세 비중이 크므로 포함해야 통계의 현실 반영도가 높아질 것이다. 가중치를 고려한 종합지수 산출 없이 70개 지표의 개선ㆍ악화ㆍ보합으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도 불친절한 서비스다. 통계는 거짓말을 못하지만 어떤 통계를 만들고 해석하느냐는 사람 몫이다. 삶의 질 지표에 담긴 뜻을 정권 입맛에 따라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읽어 정책에 반영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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