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또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제재심의위원회를 두 차례나 열고도 징계를 확정시키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에 열리는 제재심의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금융기관의 200여명에게 징계를 사전 통보한 사안에 대한 심의를 계속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제재심의를 개최했지만 상정됐던 징계 수위를 놓고 공방이 치열해졌고 진술인들의 소명이 길어지는 등 심의 시간 부족으로 안건 15건 가운데 6건만 심의 의결하고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조치를 미뤘다.
금감원은 당초 이달 안에 제제심의에서 안건들의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이 금융위원회에 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근거가 된 유권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금융위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국민은행의 고객정보를 가져간 것에 대해 '신용정보법에 따른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 유권해석을 근거로 금감원은 당시 KB금융 사장이었던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었다. 이에 따라 임 회장에 대한 제재 확정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유권해석을 금융위가 한 만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은 금융위와 함께 협의를 해나가겠다"며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감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달에 제재심의를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답을 피했다. 최 원장은 "제재심의에 얼마나 많은 진술인들이 소명을 하느냐에 따라 (다음 달로 미뤄질지)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이슈인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 건 등도 다음 번 제재심의로 밀려 처리될 가능성도 커졌다.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에서 안건들이 모두 처리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오는 24일 임시 제재심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심의에서의 징계 확정이 계속 미뤄질 경우 금융당국이 한꺼번에 너무 무리하게 징계를 올려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제재심의에서의 결정을 연기하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쳤음에도 향후 징계 수위가 적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금융당국의 무책임과 무능력에 대한 지적이 거세게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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