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홍콩 반환 17주년이 되는 1일(현지시간) 홍콩에서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펼쳐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 RTHK를 인용해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 추산 최소 51만명, 홍콩 경찰 추산 9만8600명의 홍콩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 쪽 추산치 모두 2004년 민주화 시위 요구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홍콩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1997년 이후 매년 주권반환일인 7월1일 홍콩에서는 민진 주관으로 시민 수만∼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민주주의 강화 등을 요구하는 행진이 진행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수천 명이 민주화 요구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으며 CNN은 중국 당국이 민주화 요구 행동이 홍콩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홍콩 시민 수십만명은 이날 오후 3시 빅토리아 공원을 출발해 홍콩섬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더운 날씨에도 행진 시작 전부터 주변 도로를 가득 메웠으며 날이 어두워진 뒤에도 처음 집결지인 빅토리아 공원으로 참가자가 계속 몰려들어 행진이 7시간 이상 진행됐다. 행진이 끝난 뒤에는 학민사조(學民思潮) 등 학생운동단체들이 센트럴의 일부 도로에서 밤샘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2017년 직선제로 치러질 예정인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반중(反中) 인사의 출마를 제한하지 말 것을 중국 당국에 촉구했다. 행진에서는 이날로 취임 2주년을 맞은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올해 행진 참가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데는 최근 행정장관 선거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비공식 국민투표'에 78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등 민주화 열기가 고조된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달말 중국이 '홍콩 백서'를 통해 홍콩의 관할권이 중국 중앙정부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중감정이 고조된 것도 행진 참가자가 늘어난 요인으로 분석된다.
홍콩은 그동안 간선제로 치러지던 행정장관 선거를 2017년부터 직선제로 치를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반중' 성향 인사를 사전에 걸러내겠다는 입장을 보여 많은 홍콩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며 행진에서 표출된 대중들의 열망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홍콩 당국은 그러나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에 행정장관 후보를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된 만큼 일부에서 제안하는 '행정장관 후보 시민 추천'은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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