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김민준이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개인 일정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들어섰다가 순간적으로 '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해하기는 다소 힘든 상황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김민준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사과했다. 김민준은 "그날 오전 개인적인 일로 나가기 때문에 취재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인과 함께 있어서 순간적으로 실수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카메라를 보면 무섭다"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성숙하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준은 앞서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사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떠나는 연예인들을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과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취재진 역시 우연치않게 김민준을 발견한 셈이다. 자신을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하자 그는 카메라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무언의 욕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가 먼저 막말을 했다"거나 "얼마나 열 받게 했으면 그러겠냐" 등의 추측성 의견도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유명인으로서 과도한 취재 열기가 물론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그러나 신인 배우가 아닌 이상 공항에는 항상 취재진들이 몰려들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갑작스레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도 얼굴을 가리며 피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놓고 손가락 욕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취재진 입장에서도 공항에 등장한 연예인의 사진을 찍었다가 욕설을 듣는 건 생각도 못한 부분일 게 분명하다.
김민준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인과 언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사람들의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면 이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취재진들은 속칭 '기레기'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 비하되곤 하는데, 이들 역시 직업에 충실한 것일 뿐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려는 악의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
오전에 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연예인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사진·영상 기자들은 새벽녘부터 공항에서 진을 치며 기다린다. 아침밥도 거르기 일쑤다. 몰려든 사람들과 몸을 부대끼고 간혹 아이돌의 극성팬들에게 밀려 몸에 심한 상처를 입는 일도 다반사다. 한 신입 사진 기자는 공항 취재를 나갔던 날 "사람들과의 몸싸움이 정말 무서웠다. 그래도 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증언했다. 현장에서 남들 다 찍는 사진을 혼자만 찍지 못하면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앞서 김민준은 지난 2011년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기자들을 향한 욕설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당시 김민준은 자신을 '서브남주(서브 남자 주연배우)'라고 칭한 보도에 대해 "누굴 평가하는 거야? 그 텅 빈 머리로. 아 XX. 한두 시간 지나면 풀리는 성격인데 생각할수록 열 받네"라고 욕설했다. 이듬해에도 기자를 '하이에나'라고 칭하며 격하게 비난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참 아이러니 한 점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행사장에 등장한 그의 모습을 찍고, 그의 말을 아름답게 포장해서 기사화시키는 것 또한 그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배우는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에 밝힌다. 물론 SNS의 발달로 본인이 직접 글을 통해 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공개석상에 서지도 말아야 하고 인터뷰는 물론 기자간담회도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배우들은 물론 과도한 취재 경쟁을 펼치는 언론사들에게도 일침을 가한 일이 된 것은 분명하다. 비단 김민준만을 비난할 일도 아닌 것은 맞다. 연예인도 사람이기에 예민해질 수 있으며, 존중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다.
하지만 10년을 넘게 일한 '프로 배우' 김민준이 경솔한 행동을 함으로써 취재진들에게도 심한 모욕과 타격을 입혔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게다가 인터뷰를 통해 김민준을 만나본 일이 있기에 더욱 안타까움은 크다. '말이 통하는 사람'임이 분명하고,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적인 그의 행동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세상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도 다 자신만의 고충이 있다. 그것만은 알아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리고 모두가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할 때임을 인지한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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