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여권은 위기다. 잇단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공백 최소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국회 인사청문제도 개선 문제로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총리 유임' 카드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당장 다음달 30일 재·보선을 준비해야 하는 새누리당은 답답하다. 이전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를 찾는 것도 현재로선 쉽지 않다. 당내 가장 큰 이벤트인 '7·14 전당대회'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여권에 싸늘한 여론의 시선을 다소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재·보선 직전 선출될 당 대표와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당내 가장 큰 우려는 지도부가 친박근혜계 인물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유력 주자인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의 지도부 입성은 거의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여기에 여성 몫으로 친박계 김을동 의원이 차기 지도부에 합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남은 두 자리를 누구로 채워야 여론에 '변화'를 말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인데 적임자로 재선의 김영우 의원을 꼽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개혁 성향의 당내 비주류이면서도 합리적 온건파로 꼽히면서 당내 의원들에게도 거부감이 없다는 점과 '환경미화원 아들'이란 타이틀이 '웰빙·부자 정당'이란 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특히 김 의원이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혁신모임'을 만들며 그간 당 개혁에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이 당 안팎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 선언 뒤 그가 내세우고 있는 "당 혁신" 메시지도 그간 김 의원의 정치 행보와도 부합하면서 '변화'가 필요한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당권 후보군으로 꼽히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27일 "정홍원 국무총리 유임 뒤 당 안팎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 변화를 담을 수 있는 차기 지도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유력 후보들의 진입을 막을 순 없어도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의 진입을 통해 여론에 보여질 새 지도부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당 안팎의 이런 여론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여론이 서청원·김무성 양강 구도로 굳어진 현 당권 경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는 자신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그런 변화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지금껏 전당대회를 보면 구조적으로 그런 변화가 쉽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럼에도 "당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개혁'을 고민하는 의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해 다음 달 14일 새누리당이 어떤 '변화'를 선택할 지 관심이 쏠린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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