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파생상품 적격개인투자자 제도에 업계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안으로 해외선물옵션 시장으로 투자자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개인투자자가 선물거래를 하려면 사전교육(금융투자협회 30시간)과 모의거래(거래소 50시간)를 이수하고 3000만원 이상 예탁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또 1년 이상 선물 거래경험이 있고 5000만원 이상 예탁한 개인투자자들만이 옵션거래를 허용했다.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시장 진입 문턱을 대폭 높인 셈이다. 이 제도는 올 하반기 준비 작업을 거쳐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연이은 규제에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증권 파생상품 담당자는 "차라리 파생상품 거래세가 낫지 이건 시장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발상"이라면서 "현재 선물 고객 60%가 15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 예탁금을 내고 거래하고 있는데 예탁금을 이렇게 올리면 다수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개인이 빠진 시장에 기관투자자들까지 나가면서 ELW 시장처럼 고사될 것"고 지적했다.
특히 잇따르는 국내 선물옵션 시장 규제안은 해외선물옵션 시장으로 투자자가 옮겨가는 유인이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해외선물옵션 시장의 경우 국내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투자자의 해외선물 누적 거래량은 총 1446만2704계약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2010년 484만4624계약을 기록했던 해외선물 거래량은 이듬해 607만9131계약으로 늘어 직전해보다 25.48% 증가했고 2012년에는 54.17% 성장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B증권 해외상품운영부 관계자는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주간에 선물옵션이 가능해 고객들 수요가 높다"면서 "당장 미니 S&P 200선물이나 미니 나스닥 100선물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걸 보면, 국내 당국의 규제에 염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에 주목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 시장만 규제해 당국이 당초 의도한 개인투자자 손실을 막으려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생각"이라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오래전부터 해외파생시장에 주목해왔기 때문에 이번 제도로 해외선물옵션시장으로 이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내 선물 옵션 시장에 개인투자자 참여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계명 금융감독원 복합금융총괄팀장은 "지금도 야간에 해외선물옵션을 하는 사람 있는 건 인지하고 있다"면서 "규제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선물옵션 시장으로 가게 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파생시장에 개인투자자의 참여가 많은 국가는 인도와 우리나라 정도인데, 현물에 비해 선물과 옵션 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면서 "파생상품시장이 현물시장에 비해 커지는 것이 우리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개인투자자보다는 전문투자자 참여를 늘리기 위해 마련한 제도의 취지를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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