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40억파운드(약24조원) 규모 경제협력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영국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위해 중국내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할 정도로 이번 회담에 공을 들였던 만큼 중국 측의 선물이 적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두 사람은 이날 영국 런던 총리 관저에서 진행한 회담을 갖고 상호 경제발전을 위한 동반자로서 보완적인 역할을 확대하고, 국제 외교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캐머런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영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최근 18개월 사이에 이전 30년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유럽에서 가장 개방된 투자 환경을 통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영국은 선진국으로서 중국은 최대 개발도상국으로서 협력의 여지가 많다"며 협력 및 우호 관계가 강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양국 총리 회담의 초점은 지난해 12월 캐머런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본격화된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였다.
리 총리는 영국의 투자유치 공세에 부응해 고속철과 원전 사업 참여 등 대규모 투자 선물보따리를 공개했다.
그의 선물목록에는 중국개발은행(CDB)이 영국의 차세대 인프라 사업인 고속철과 원전 건설에 참여하기로 양해각서이 포함됐다. 영국의 위안화 거래 허브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위안화 청산ㆍ결제 거래소를 런던에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1980년대 이후 금지된 영국산 소고기와 양고기 수입금지 조치도 풀어 1억2000만 파운드 규모의 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영국도 화답했다. 중국 관광객과 기업인에 대한 비자 규정을 완화하고, 첨단기술 및 창조경제 분야 자국 기업의 중국 진출 등 협력사업을 촉진키로 했다.
리 총리는 회담에 앞서 윈저궁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접견했다.
중국 총리의 영국 방문은 2012년 캐머런 총리의 달라이라마 면담으로 외교 관계가 냉각된 이후 처음으로 성사돼 관계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총리 회담이 열린 영국 정부청사 앞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과 인권 문제에 항의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몰려 중국 정부를 규탄했다.
두 나라 관계는 지난해 12월 캐머런 총리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풀렸으나 지난 4월 중국의 반발로 양국 인권대화가 무산되면서 불화가 고조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경제협력과 별개 사안으로 중국의 인권문제 개선 노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과도한 내정간섭이라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날 회담에 대해 영국 정부가 '차이나머니' 유치를 위해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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