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다음 타깃으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있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은 관련 상임위원회(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이미 이 후보자의 '낙마 카드'를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9대 후반기 정보위원회에 배정돼 이 후보자의 저격수로 나설 지도 관심을 끈다. 박 의원은 야당 몫인 정보위 위원장 내정자에게 "이 후보자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당 지도부에서는 이 후보자의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할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자를 둘러싼 차떼기 스캔들, 재산 형성 과정, 북풍공작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지는 데 대해 "차떼기와 관련해서는 전달하는 배달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정원장으로서의 도덕성 문제, 그리고 국정원을 과연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냐의 문제, 이런 것들이 당연히 야당으로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차떼기 스캔들이란 이 후보자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특보로 일하면서 불법 대선 자금 전달책 역할을 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건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주일대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이유나 경위가 어쨌든 간에 지난 시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늘 국민께 송구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사과했지만 국정원장 후보자로서 자질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방위 소속의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 후보자에 가려진 이 후보자를 문제의 인물로 꼽으면서 "우리가 영화에서 보면 국정원과 안기부가 많은 조작과 선거 개입을 하곤 하는데, 그런 것을 현실에서 행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한나라당 때 차떼기라고 하는 것을 실제로 시행하셨던 분이고, 안기부 때 여러 조작을 끊임없이 해 오신 분"이라며 "국정원장이 된다고 하면 정말 이후에 어떤 일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국정원의 안정을 위한 많은 투쟁이 있었는데 결국은 또 정치적인 국정원장을 다시 앉힌다는 것"이라며 "국정원의 원천적인 역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정당에서도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대선 후보 차떼기 매수 공작을 했던 사람에게 국정원장을 시키겠다는 몰상식한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면서 "이병기씨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앞으로도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라는 공공연한 주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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