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드 런(Tweed Run)'은 매년 런던에서 열리는 패션행사다. 2009년 2월 테드 영-잉(Ted Young-ing)에 의해 시작된지 이제 겨우 6년째인데도 어느새 큰 명성을 얻었다. '트위드(tweed)'란 스코틀랜드 남부 Tweed 강 주변에서 순모를 가지고 손으로 짜 만들어내는 천이다. 원래는 twill(능직)을 tweel이라고 잘못 썼고, 트위드 강을 연상한 런던의 상인들이 트위드로 부르게 된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사선무늬, 물고기 뼈(herringbone) 무늬를 넣어 짠 홈스펀을 칭하기도 한다.
트위드 런은 트위드로 된 다양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러 형태의 자전거를 타고, 맞춤 양복으로 유명한 새빌로우(Savile Row) 거리에 모여 런던 시내를 달리며 즐기는 행사다. 전통적인 옷과 옛것처럼 느껴지는 자전거를 타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차와 이야기를 나누며 고풍(古風)스러움을 한껏 즐긴다. 영국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것 같은, 가장 영국다운, 그러면서도 누구나 그래보고 싶은 행사인 듯하다. 이번 행사 티켓은 무려 90초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트위드 런 하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패션이다. 반드시 자전거를 타야하지만,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단지 멋있게 빼입고 자전거를 타는 행사도 아니며, 자전거란 비싼 장비와 최신 기능성 옷이 꼭 필요한 스포츠도 아니다. '안티-라이크라(anti-lycra)', 즉 인조섬유인 라이크라(신축성이 좋은 폴리우레탄 섬유) 대신 천연 울로 짠 트위드를 입자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어, 자국의 전통 직물인 트위드의 수요를 넓히고 자전거를 통한 환경오염 방지와 건강을 지키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특히 아이템을 과거로 돌아간 하나의 시간 여행처럼 꾸밈으로써 '영국전통'을 느끼고 즐기게 한다.
이 같은 트위드 런을 영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조차 하나의 문화로 즐기고 있다는 점이 묘하다. 도쿄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까지 따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국인들처럼 아무 거부감 없이, 그들의 그 전통을 우리에게도 classic인 것으로 느껴지게까지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을 서양복이라 하지만, 국적이 불분명한 옷이다. 서양 어느 나라의 옷이라고 딱 잡아내기도 어렵다. 산업혁명으로 삶이 바뀌면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바로 세계인이 입고 있는 지금의 서양복이다. 한 국가가 산업사회에 진입하고 경제가 좋아지면 자국의 전통복을 벗어버리고 이 옷을 입는다.
영국 역시 전통복이 따로 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시작 된 곳이고 보면 그들의 옷이 현재의 서양복의 기초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뒤늦게 서양복을 받아들였지만 우리도 그들의 옷을 classic으로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복도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이 인정되는 전통복이다. 그러함에도 세계화는 물론 우리 국민들도 애용하지 않는다. '한복 입는 날'(1996년, 매월 첫째 토요일)까지 제정하였지만 곧 시들해졌다. 아직도 곳곳에서 뜻있는 분들이 한복 입기 운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트위드 런은 즐겨도 한복 입는 날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영국의 전통을 우리 것인냥 착각하지 말고 우리의 전통도 하나의 문화로 세계 속에 자리 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