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슬픔이 끝나지 않았다. 아니, 끝날 수 없는 슬픔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염원하는 노란 리본도 가슴, 가슴에 달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 잘해주지 못했다는 회한의 아픔을, 펄럭이는 노란 리본에 매달아 너울거리는 바람결에 띄우기도 했다. 국무총리는 '책임 사임'을 발표했고, 대통령도 나름의 사과를 했다. 이 봄, 자식들을 가슴에 묻은 우리에게 어떤 말이나 어떤 행동이 이 무너지는 슬픔을 거두어 가주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옷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때였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양측 수행원 등은 모두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으나 박 대통령만 유일하게 하늘색 상의를 입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을 접견했을 때도 '애도'를 의미하는 무채색 옷이 아닌 파란색의 옷차림이었다. '국민의 대표'로서 애도의 뜻을 전달받는 대통령이 화사한 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접견 사진들이 퍼지자 네티즌들은 '부적절한' 의상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 "백 번 양보해 외국손님이 와서 검은색 옷을 못 입는다고 쳐도 무채색으로 입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설사 옷 색은 어쩔 수 없었더라도 검은색이나 노란색 리본이라도 달고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나친 트집'이라는 의견도 나왔고 "파란색은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미국 민주당의 상징으로, 호감을 주기 위한 의전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 의전팀의 해명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이번 사태로 생긴 분노는 그냥 조용히 끝날 조짐이 아니다. 불똥은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박 대통령의 책임 회피를 질타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던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중이다.
고등학생 등 청소년들까지 "눈곱만큼도 존경할 수 없다"고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우리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별로 애도하는 것 같지 않아 화가 난다"고도 했다. 물론 '파란색 옷'에서 비롯된 '못마땅함'도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작은 실수가 대형 참사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파란색'은 미국 민주당의 색이 아니고도 그 상징성이 매우 높다. 흰색이나 검은색이 따라올 수 없는 강한 영향력을 가진 색이다. 파란색 앞에서 하얀색은 그 빛을 잃고, 검은색은 권위를 잃는다고 할 정도다. 일찍이 괴테는 파란색이 색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색이고 낭만과 사랑의 색이라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에게 파란 상의를 입혔다. 색채 심리학자 에바 헬러(Eva Heller)도 파랑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호감과 조화의 색, 평화의 색, 그리고 그리움의 색이라고 분석했다. 신뢰와 치유의 색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도 언젠가 그 아픔이 치유돼야 한다. 노란색이나 검은색으로 슬픔을 표하고 아픔을 같이 나누었듯이 그 아픔을 힐링할 색이 필요한 시점도 올 것이다. 그 힐링을 맡을 수 있을 파란색이 이번에 그 힘을 잃은 것 같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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