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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이단과 정통, 그 묘한 거울상

시계아이콘01분 07초 소요

이른바 '이단' '사이비' 종파로 낙인 찍힌 종교집단 하나가 세월호 참사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과 맞물려 사회의 '공적(公賊)'이 돼서 연일 규탄을 받고 있다. 폐쇄적인 집단 거주촌, 외부에 문을 닫아거는 대신 안으로는 똘똘 뭉치는 강한 결속력, 지도자에 대한 절대 복종 등 바깥으로 알려진 이들의 면모는 사이비 종교로서의 요건을 두루 갖춘 듯하다. 특히 그 자신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종파가 한 번 구원을 받으면 영원히 구원을 받는 것이라는 교리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규정되면서 '정통' 종파들에 의해 이단으로 몰리고 있다.


이 종파가 사이비 종교인지 아닌지는 여기서 감히 가릴 수 없다. 누구는 사이비이며 누구는 정통이라고 그 누가 판정할 수 있을 것인가. 구원파를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기성의 종파들도 실은 2000년 전 이단으로 몰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받드는 이들 아닌가.

그럼에도 요즘 들어 부쩍 많이 들리는 말을 빌어 사이비를 '척결'해야 할 것으로 본다면,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철두철미하게 사이비를 탄핵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공자가 사이비를 특히 미워했던(惡似而非者) 것처럼 사이비는 가짜보다 더 해로운 것이다. 그러니 사이비 종교 추방에 나선 김에 우리 사회의 다른 사이비들도 청산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이단이라는 낙인을 찍는 기성의 교회와 종파들부터 이들이야말로 그 안에 사이비성이 없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예수가 가르친 낮은 곳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보다는 높은 곳의 부유한 이들에 대한 편애, 그래서 이들이 섬기는 것은 'God'가 아닌 'Gold'라는 비아냥을 듣는 자신들의 행태야말로 실은 사이비가 아닌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오직 예수만 외치면 그걸로 구원을 받는다는 설교야말로 예수가 지금 다시 살아온다면 나는 기독교도가 아니라고 세 번 부인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실은 비기독교적인 사이비가 아닌지 스스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공(公)'이 없는 공직자들, 의도하지 않은 '무(無)정부주의'의 정부, 그것에서도 또한 공무를 수행하되 실은 진짜 공무원이 아니며, 정부로서의 조직과 제도는 있지만 진짜 정부는 아닌 사이비가 아닌지 스스로 자성해볼 일이다.


구원파에로 국민들 눈길이 쏠리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자신들이 '구원'될 것이라고 믿는 음험한 이들이야말로 진짜 사이비가 아닌지, 우리는 제대로 살펴야 할 일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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