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금융위원장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창조금융의 추진 의지를 표명하자, 이에 화답하듯 산업은행은 특허청과 함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지식재산(IP)금융이 도대체 무엇인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고, IP금융이 창조금융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면서 금융기관들은 IP금융의 시행을 검토하느라 바쁘게 한 해를 보내왔던 것 같다.
올 4월 기업은행도 IP담보대출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한 달 만에 대출 규모가 100억원에 이르렀고,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대출하거나 지식재산 펀드에 투자하는 규모는 총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P금융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지식재산이 가지는 가치를 평가해 이를 기반으로 투ㆍ융자 등의 금융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허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많은 중소기업의 숙원이었고,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IP금융은 지식재산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IP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최근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되고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IP금융이 지식재산 생태계의 측면에서 부합하고 지난 정부의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논의의 전제조건이 필요한 것 같다.
첫째, IP금융은 우리나라 지식재산에 대한 금융이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는 가치가 없으니 해외 특허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IP금융의 목적은 우리나라에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해 창업ㆍ벤처 생태계가 이와 연계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우리의 특허를 가지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우리의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둘째, IP금융은 은행의 대출 등 간접금융 중심으로 우선은 시작돼야 한다. IP금융은 리스크가 높고 은행의 부실 위험이 있으니 투자나 자산유동화 등의 새로운 금융기법이 IP금융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돼야 할 것이나, 우리 기업금융의 현실을 보면 현재로서 적절한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아직까지 투자는 중소기업에는 접근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자금조달 수단이고, 대출 중심으로 발전해온 우리 기업금융에서 은행은 중소기업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금융기관이다.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지식재산 담보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IP금융의 시작점이 돼야 할 것이다.
셋째, 지식재산에 대한 가치평가 결과를 신뢰해줘야 한다. IP가치평가는 IP가 거래되는 시장 가격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아니다. IP가치평가는 합리적인 방법론과 계량화된 지표를 통해 지식재산이 가지고 있는 미래가치를 가액이나 등급으로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 프로세스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일단 신뢰해주고 금융을 연계해야 데이터를 축적하고 평가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개인의 신용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없지만 전 국민의 신용이 평가돼 신용대출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보자.
IP금융은 어떠한 형태로든 잘 정착돼 혁신적인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의 성패가 IP금융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IP금융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좋은 기술과 특허를 가진 우리의 중소기업은 분명히 존재한다.
주한중 로하스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