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이란 상처의 일종이다.그러나 이는 외상(外傷)이
아니라 내부의 고장을 암시하는 내상(內傷)이다.
멍은 살갗 위로 드러나지 않는 고통들을
그 푸르고 음산한 빛갈로 환유한다.우린 피를 보지 않았지만,
살갗이 멀쩡하게 있긴 하지만,이미 내부에서 번져가고
있는 고통들을 확인한다.질긴 살갗 아래에서
온몸을 즐근즐근 씹는 듯한 고통이 진행된다.
어린 날 옆집의 아주머니 하나는 늘 취한 남편에게서
손찌검을 당한 뒤 우리집으로 달려왔다.
얼굴 곳곳에 푸른 멍을 달고서,등 줄기엔
몽둥이 자욱이 푸른 화석으로 그려진 채
계란을 감싸쥐고 마사지해주는 엄마 앞에서
고통스럽게 엉엉 울었다.
보이지 않는 상처,내부로 터진 아픔의
저 긴 울음 앞에서 나는 멍든 정신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우리의 아픔들의 많은 부분은 저 피를 뿜어내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안으로 잠겨드는
오래도록 괴로움을 키워가는 멍같은 것들인지 모른다.
군대시절의 '가슴때리기'는 매자욱을 남기지 않으려고
선택한 고참들의 꾀였다.그것은 상처가 보이지 않는 대신
안으로 안으로 고통이 배어드는 피멍을 내게 선사했다.
그때 맞았던 가슴 부위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 아픔을 기억하여
담배만 피면 여지없이 쿨룩이게 만든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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