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오후 2시 투표 시작…동부지역 긴장감 고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 2월 축출된 빅토르 아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대통령 선거가 25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이번 조기 대선을 통해 크림반도 병합과 수개월간 지속된 반정부 시위, 동부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 등의 혼란에 종지부를 찍고 정치적 안정을 되찾고자 한다.
그러나 앞서 독립을 선포한 동부 도네츠크주(州)와 루간스크주에서 투표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선 이후에도 잡음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선 유력 포로셴코, 득표율 얼마나 될까=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 위원회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공화국을 제외한 전국 213개 선거구에서 대선 투표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총 유권자는 3370만명이며 투표 시간은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투표 종료 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예정이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17명이다. 후보 난립에도 불구하고 재벌 기업가 출신 정치인인 페트로 포로셴코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동유럽 최대 제과회사 '로셴'의 창업자로 '초콜릿 왕'으로 불리는 포로셴코는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이전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서는 외무장관을 역임했다.
포로셴코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내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14~18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포로셴코는 44.6%의 지지율을 얻어 8.4%를 기록한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에 크게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포로셴코의 득표율이 50%를 넘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선거법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1, 2위를 기록한 2명의 후보자가 결선 투표를 다시 치러 다수의 득표자가 당선되게 된다. 포로셴코의 득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음달 15일 결선투표를 치를 계획이다.
◇동부지역 투표 안갯속= 아르세니 야체뉵 과도정부 총리는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며 이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승리"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리주의 움직임이 거센 동부 지역에서는 투표가 제대로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는 이날 "도네츠크·루간스크 두 지역 34개 선거구 가운데 20개가 분리주의 민병대에 점거돼 있다"고 밝혔다.
빈정부 분리주의자들은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선관위 관계자들을 건물에서 쫒아내고 기술 장비와 직인들을 빼앗는 등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 일부 분리주의자들은 유권자들을 폭행하거나 총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는 각각 2군데에서만 투표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주는 전체 유권자들의 14%를 차지한다.
동부지역에서 대선 투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대선은 향후 합법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 경제 살리기 올인= 우크라이나가 조기 대선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는 것은 경제회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7% 줄어들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흐리브냐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달러 대비 31% 폭락했다.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개혁과제들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블라디미르 오사코프스키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크고 작은 위기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효율적이고 합법적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면서 "만일 선거가 결선투표까지 간다면 3주동안 다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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