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A급 지명수배 내려…소재파악 못했다는 사실 반증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세모그룹 유병언 일가 수사와 관련해 법조계 안팎에서 농담처럼 주고받던 ‘밀항’ 가능성이 현실이 돼 버렸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14일 유병언 전 회장(73) 장남인 대균(44)씨에게 ‘A급 지명수배’를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A급 지명수배자는 발견 즉시 체포된다.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은 검찰이 대균씨 ‘밀항’ 가능성을 점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세모그룹은 여객선 사업에 경험이 많다.
유병언 일가가 검찰의 소환 압박을 받고 있지만 세모그룹 계열사 배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외국으로 몰래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측은 영화에나 나올 수 있는 얘기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었다.
세월호 침몰로 국민의 걱정과 분노가 드높은 상황에서 유병언 일가가 검찰 수사를 우롱하는 그러한 행동을 하겠느냐는 시각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대균씨가 정상적인 루트가 아닌 방법을 통해 외국으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가능성에 대한 점검 수준이지만, 영화가 아닌 엄연한 ‘실제상황’인 셈이다. 검찰은 13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대균씨 자택을 찾아 체포영장을 집행하고자 했다. 문을 열어주지 않자 119대원의 협조를 얻어 담을 타 넘은 뒤 문을 따고 들어갔다.
하지만 대균씨는 없었다. 검찰은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체포영장 집행 현장을 담고자 대기하던 취재진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이 허탕을 친 다음 날 A급 지명수배를 단행한 것은 엄정한 대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법에 근거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처하겠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의 A급 지명수배 사실은 거꾸로 보면 대균씨에 대한 소재파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해서도 16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는 뜻을 전한 상황이지만, 실제 그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곳에 있는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구원파 신도들이 모여 있는 금수원에 들어갈 경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데 만약 그곳에 유 전 회장이 없을 경우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도 있다.
구원파 측이 내세우는 ‘종교탄압’ 주장에 검찰이 명분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체포 작전을 펼치기 전에 유 전 회장이 금수원에 있는 게 확실한지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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