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백혈병 논란과 관련, 진행되고 있는 모든 소송에서 빠지기로 했다. 당장 내일로 예정된 고 황유미씨 관련 항소심부터 시작, 이 외의 소송에서도 보조 참가하던 것을 철회키로 했다.
14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15일 열리는 고 황유미씨 유족과의 항소심 재판을 비롯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모든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변론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 문제에서도 최대한 우리 사업장에서 일하던 근로자와 가족들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성심성의껏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로 예정된 항소심 재판은 고 황유미씨의 유족인 황상기씨 외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이다. 지난 2011년과 2013년 법원은 황씨를 포함한 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판단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제기했다.
당초 법무법인 율촌은 피고보조참가인(삼성전자)의 대리인 형식으로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내일부터 보조 참가를 하지 않는다.
이 외에 삼성전자는 고 황유미씨 관련 소송 외의 다른 유사한 소송에서도 모두 보조 참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이 산재 인정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사그라 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보조 참가를 철회한 것은 이날 7년여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백혈병 재해 관련 사과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 중이고, 그 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계셨다"며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반올림, 피해자 직원들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키로 했다. 당시 심 의원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피해자에 대한 사과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 구성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 수립 ▲정부의 산업재해 인정기준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기자간담회를 반올림 측과 함께 열었다.
권 부회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전했다.
삼성의 제안에 대해 반올림은 회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오후 2시 전체 회의를 갖고 제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날 중 발표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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