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수락…비매너 플레이 오명 씻고 태극마크 달고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대한민국은 나의 또 다른 고향."
프로농구선수 애런 헤인즈(33ㆍ서울 SK)가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의 최종 귀화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 헤인즈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김학수 씨는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 졸업장과 여권 등 관련 서류 일체를 보냈다"며 "무엇보다 헤인즈가 적극적"이라고 소개했다. 2010년 5월 도입된 우수인재 특별귀화제도는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헤인즈는 "아내 카라 헤인즈가 먼저 권유할 정도"라고 했다.
# 진심 어린 사과
지난 시즌은 악몽과 같았다. 비신사적인 플레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김민구(23)를 뒤에서 밀어서 넘어뜨렸다. KBL과 소속팀 SK는 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코트에 복귀한 뒤 공을 받을 때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졌다.
김민구는 물론 관중에게도 거듭 사과했지만 비난은 멈출 줄을 몰랐다. 헤인즈는 "순간 어리석은 행동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뼈저리게 반성했고, 이제는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고 싶다"고 했다. 대표팀 합류를 열쇠로 보고 있다. "민구와 멋진 콤비 플레이를 뽐내고 싶다"며 기대치를 부풀렸다.
# 끈질진 수비
헤인즈는 2009-2010시즌에는 울산 모비스에서 뛰었다. 유재학(51) 대표팀 감독의 전술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수 배치와 기용이 탁월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 감독은 그러나 하나뿐인 귀화선수 카드로 헤인즈보다 코트니 심스(31ㆍSK)를 선호한다. 대표팀의 평균 신장이 작기 때문이다. 206cm의 장신인 심스는 공격과 수비력을 두루 갖춘 빅맨이다.
헤인즈는 반면 200cm의 포워드다. "대표팀에 정말 필요한 포지션은 센터라고 인정하지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고대하고 있다. 헤인즈의 가세는 대표팀의 득점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시즌 평균 18.39점, 리그 2위다. 헤인즈는 "출장시간(평균 23분27초 출장)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타일러 윌커슨(21.3득점ㆍ평균 30분24초 출장)을 이길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수비력도 좋다는 것도 강점이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리바운드는 물론 상대의 공격까지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좋은 아빠
헤인즈의 꿈은 팬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되는 동시에 지난해 8월 태어난 아들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김민구 사건'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목표는 당연히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농구월드컵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한민국의 농구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귀화 역시 일시적인 선택이 아니다. "은퇴 뒤에도 한국에 남아 코치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내기들을 가르치며 한국 농구의 저변 확대에 힘쓰겠다는 각오다. 벌써부터 한국 이름을 짓는데 고심하고 있는 이유다. "주위에서 성을 '해', 이름을 '인수'라고 지으라는 의견이 있는데 한국 농구팬들이 지어주는 이름으로 바꾸겠다"며 "좋은 이름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애런 헤인즈 프로필
▶생년월일 1981년 4월1일 ▶체격 200㎝ 90㎏ ▶출신학교 포드햄대학교 ▶소속팀 서울 SK ▶포지션 포워드 ▶등번호 32
▶2013-2014시즌 성적 49경기 평균 18.4득점 7.0리바운드 2.2도움 1.0가로채기 1.0가로막기
▶프로농구 통산 성적 6시즌 286경기 평균 19.3득점 7.8리바운드 2.2도움 1.1가로채기 0.9가로막기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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