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정부가 세월호 사고로 인한 경제 심리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 늘린다. 또 사고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버스 업체와 여행사 등에 모두 75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9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긴급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레저·요식·숙박업 등의 업종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고,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줄어드는 등 경기 회복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대책은 경기보완 대책과 취약업종 대책 등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정부는 우선 경기가 움츠러들지 않도록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7조8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55%이던 상반기 재정집행률 목표를 57%로 2%포인트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재정집행률을 2%포인트 확대하면 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안팎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제때 자금을 집행하는 등 실집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당장 지출하기 어려운 사업의 경우 다른 사업으로 전용해 실제 재정집행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여행·운송·숙박 등 피해우려업종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운영자금을 저리 융자한다. 지원규모는 150억원 안팎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는 기준금리 2.25%, 2년거치 2년 상환을 조건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피해우려 업종 사업체에는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또 기업은행을 통해 기존대출에 대해 1년 이내에서 만기를 연장해주고, 업체당 최대 3억원까지 저리자금을 대출해 준다. 저리자금은 대출은 금리를 최대 1%포인트 깎아주고 수수료 등을 면제해 주는 조건이며, 총 한도는 300억원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활용해 피해 우려 업종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3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 공급할 예정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심리 위축으로 어렵게 살린 경제회복의 불씨가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세월호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최근 경기상황에 대한 선제적·적극적 대응을 통해 경제심리 위축을 방지하고, 민생경제 회복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5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민간부문 회복세가 견고하지 않고,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와 관련 서비스업 활동이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프장·골프연습장·노래방 등 레저업의 신용카드 승인액은 4월 상순에 전년 대비 12.9% 증가했지만 4월 하순에는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도 4월 둘째주에는 전년 대비 1.4% 늘었지만 셋째주에는 0.1%, 넷째주에는 4.7% 각각 줄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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