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연기가 그리웠다. 지금 기대와 긴장이 공존한다"
배우 현빈이 군 제대 후 첫 스크린 복귀작 '역린'으로 흥행 홈런을 쳤다. 이른바 '황금연휴' 기간이었던 6일 동안 216만 740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누적 관객수도 250만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역린' 제작보고회 당시, 현빈은 연기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을 내보이면서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나는 떨림도 고백했다. 그의 이런 마음에 부응하듯 관객들은 과감하게 입장권료를 지불하며 극장을 찾고 있다. 현빈의 '티켓파워'가 완벽하게 통한 셈이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숨막히는 24시간을 그린 영화다. 각각 다른 시점에서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특별한 스토리 장치가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현빈은 극중 정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정조는 당파 간 싸움 속에서 역적으로 몰려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할아버지 영조에 이어 25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끊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역린'에서 현빈은 '폭발'보다 '절제'를 택했다. 내면에 아픔을 품고 성장한 인물이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슬픈 운명에 놓여있는 왕인만큼 묵직한 감정을 계속해서 누른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조화도 훌륭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인 정재영과 자신을 해하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한지민 두 사람과 긴장감 넘치는 연기 호흡을 주고 받으며 극 몰입도를 높였다.
현빈이 연기한 정조는 젊고 유약한 듯 보이지만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시킨 만큼 육체도 정신도 강인한 인물이었다. 학식은 물론 활 쏘는 솜씨나 무술 실력도 빼어났다.
예고편을 통해 화제가 됐던 현빈의 '성난 등 근육'도 빼놓을 수 없는 시각적 흥미를 선사했다. 몰래 운동을 하며 몸을 다지는 정조의 모습을 관객들은 슬며시 훔쳐보며 그의 노력과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장엄한 카리스마와 대비되는 슬픔이 담긴 눈빛도 현빈의 치명적 매력 중 하나였다. 사극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부드러운 목소리도 역할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섣부른 우려를 씻어냈다.
빠른 속도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현빈이 일명 '천만 배우'(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에 등극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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