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전남)=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되풀이되는 인재(人災), 아니 관재(官災)는 또다시 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대형 참사에 이어 실종자를 구하러 나선 민간 잠수사의 생명도 무사하지 못했다. 초동대처에서 보인 무능은 사고 발생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6일 새벽 세월호 침몰해역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치던 50대 이광욱씨가 끝내 숨을 거뒀다. 이씨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였다. 안산화력발전소, 청평댐 수문교체, 화천댐 비상방류 관거설치 등 숱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왜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당국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잠수사들을 총괄하는 해경은 애초에 사망한 이씨가 어디 소속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해경은 민간업체 언딘에 책임소재를 미루고, 언딘은 해경에 책임을 떠넘긴다.
대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민간 잠수사들이 해경·해군의 잠수요원과는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민간 잠수사들은 잠수 전과 후에 건강진단도 받지 못했고, 위급 시 필요한 현장 의료진조차 없는 환경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망한 이씨가 수색작업을 벌일 당시 해경이 그토록 강조한 '2인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사고 해역 투입 후 최소 4~5일의 적응기가 필요하지만 단 하루 만에 무리하게 단독 작업이 진행된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실종자 수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잠수사에 대한 해경의 무책임한 관리 실태는 담당 경찰의 입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스스로 몸 컨디션을 살피고 현장으로 투입되고 있고, 안전조치들은 (적극적으로) 잘 지원되지 않는다. 배를 인양하는 구난활동에는 비용이 나오지만, 사람을 구하는 구조작업은 비용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이런 태연한 해경의 태도는 재난구조 인력운영 지침조차 없는 총리실이나 안전행정부, 민간 구조 인력에 대한 현실적 지원방안은 없이 '수색에 만전을 기하라'고만 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능과 함께 무책임으로 점철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과 불안이 좀처럼 사그라지기 어려워 보인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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