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불법 보조금 빌미로 고가 요금제 은근 강요 행위도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KT가 단독 영업을 시작한지 이틀만에 갤럭시S5에 보조금을 최대 70만원까지 실어 판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에 따르면 이날 단가표 상에 갤럭시S5 보조금이 65만원부터 시작해 요금제 등급에 따라 70만원까지 풀렸다. 정부가 정한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셈이다.
이 판매점 관계자는 "(보조금 기대를 안했는데) 오늘 오전에 거래처인 KT대리점에서 나온 단가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우리가 좀 많이 실린 편이긴 하지만 다른 곳도 40~50만원 선에서 보조금이 풀리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갤럭시S5의 출고가는 현재 86만6800원이다. 여기에 보조금이 최대 70만원 실리면 유통점 마진 등을 빼고 할부원금 20만원대 초반에 갤럭시S5가 팔리고 있다.
방통위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나온 휴대폰 보조금 앱( 4월 22일자 '온라인에서 이젠 '앱'으로…보조금 눈속임의 진화' 참고) 중 하나인 '○○○스마트'에도 28일 오후 2시 기준 갤럭시S5와 아이폰5S 등이 각각 보조금 52만원, 48만원이 실린 채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KT가 시장점유율 30%를 회복하기 위해 갤럭시S5와 같은 최신 단말기에 보조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해 최근 KT가 내놓은 '스펀지' 프로그램(12개월 이상 사용한 단말기에 한해 누적 납부 기본료 70만원 초과시 잔여할부금 면제)과 묶어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 영업정지 기간 돌입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가입자를 많이 뺏긴 KT가 시장점유율 30%대를 탈환하기 위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불법 보조금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정책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KT대리점과 휴대폰 판매점들을 중심으로 번호이동 고객에게 이같이 보조금을 대거 실어주는 조건으로 고가요금제 가입을 강요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휴대폰 보조금 앱 게시글에 나와있는 대리점 번호로 연락해 문의한 결과 "해당 할부원금은 79요금제 93일(3개월) 유지 조건으로 나온 가격"이라며 "3개월 뒤에는 어차피 해지할 수 있고 다 따져봐도 지금 아니면 이 가격에 사기는 힘들 것"이라며 고가 요금제 3개월 의무 가입을 종용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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