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 아이디어 만발, 글램핑에 건강밥상, 클럽하우스는 전시회장으로 '변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오감을 자극하라."
거듭되는 불황과 함께 고객 유치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골프장의 '新마케팅 열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홀인원 이벤트처럼 플레이와 직결된 프로모션은 이제 진부하다. 아예 골프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나 볼거리와 먹거리 등 고객 감동이 타깃이다. 드라이빙레인지에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가 하면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까지 열리는 까닭이다. 달라진 골프장 풍속도다.
▲ "놀고, 먹고"= 봄꽃이 만개하는 시기다. 골프장은 더욱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조경이 일품이다. 혼자만 즐기기에는 아깝다.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가 이 점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글램핑을 기획했다. 가족과 함께 골프장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티켓의 캠핑 분야 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평상시 드라이빙레인지로 사용하는 공간에 텐트를 치고, 먹거리는 클럽하우스에서 공수한다. 넓은 잔디밭을 맘껏 활용할 수 있도록 축구공과 배드민턴, 어린이 골프채 등 놀이용품도 대여한다. 박선영 마케팅팀장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나이트골프에 맞춰 야간에도 개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라온은 비바람 등 악천후로 라운드가 취소될 경우 항공료와 숙박비 등 경비를 돌려주는, 이른바 '머니백 개런티' 제도로 유명한 곳이다. 최근에는 클럽하우스 옆에 마련한 옹기 장독대가 화제다. 고추장과 된장, 간장 등을 숙성시키는100여개의 장독이 도열해 있다. 제주산 콩으로 만든 메주와 천일염을 사용한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 건강밥상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레스토랑에 간장 정식과 고추장 정식 등 독특한 메뉴가 있다.
강원도 춘천 휘슬링락은 골프장내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채소를 생산한다. 부안 곰소 소금과 의성 마늘, 양구 태양초 고추, 여수돌산 갓, 오대산 양파 등 산지에서 직구매한 식자재와 한반도 근해의 해산물이 더해져 '웰빙식 먹거리'로 식탁에 오른다. 여름철 후식인 팥빙수의 팥 고명도 수제다. 가을에는 오대산 고랭지 배추에 엄선된 양념으로 담근 김장을 회원들에게도 공수한다.
▲ "골프도 치고, 전시회도 보고"= 골프장 클럽하우스는 또 전시회장으로 변신한다.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다. 프로골퍼 이기화(57)씨가 골프장의 나무 이야기를 담은 '춤추는 나무'라는 주제의 사진전을 열었다. 1988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해 KLPGA 부회장까지 역임한 베테랑이다. 3, 4번홀에 위치한 팽나무를 골프 선수의 성장 드라마에 비유해 비와 바람, 햇빛, 안개가 만들어 내는 자연의 미학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경기도 광주 남촌은 5월 중순까지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전시회가 이어진다. '청자 참외형화병'과 '백자 진사화접문죽절형병' 등 골프장 소장품을 전시한 데 이어 윤기원, 김찬일, 손진아 등의 판화와 회화를 전시하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골프장 측은 "지속적인 문화행사를 열어 골프장을 통한 문화예술 활성화에 이바지 하는 한편 남촌이 추구하는 장인정신과 가치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자랑을 곁들였다.
남촌이 바로 골프장에 고미술 박물관을 꾸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곳이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역사 속 인물들의 작품들이 즐비하다. 남승현 회장이 무려 40여년에 걸쳐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골프장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무궁무진하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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