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이미 시장 붕괴는 시작됐으며 조만간 중국 경제 전반으로 부작용이 확산될 것이라는 불안감마저 고조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 월마트는 중국 내 사업의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중국 내 전체 매장 가운데 9%를 없앤다는 계획에 따라 오는 23일 항저우(杭州)의 자오후이(朝暉) 매장도 폐쇄된다.
중국 최고 상업도시 항저우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붕괴의 뇌관으로 지목 받아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곳이다. 월마트마저 매장을 폐쇄하면 현지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상승이 불가피하게 된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 랑 라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항저우 소재 'A급'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무려 70%다.
더 큰 문제는 주거용 부동산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그 동안 주택이 과잉 공급돼 항저우에는 입주자 없는 '유령 아파트'가 속출하게 됐다.
신규 주택은 분양가 하락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다. 현재 항저우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신규 주택을 30% 정도 할인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주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일단 분양가 할인 소식을 접하면 가격이 더 떨어지기만 기다린다. 따라서 분양가 할인이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 주택 매매가 살아 있는 것을 보면 항저우의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 주택 가격마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붕괴 징조가 뚜렷하다.
지난달 초순 중국 CCTV의 경제시사 프로그램 '30분경제(經濟半小時)'는 항저우의 멈추지 않는 주택 가격 하락세를 집중 조명했다.
프로그램은 지난 2월 18일 자금난에 빠진 한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분양가를 할인한다는 루머가 확산되자 다른 부동산 업체의 연쇄 분양가 할인으로 이어져 항저우의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항저우가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의 시발점이며 주택 가격 하락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관련 통계도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 붕괴가 이미 시작됐음을 뒷받침한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중국 전역의 주택 가격은 다달이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나 오름폭이 3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미 '꼭지'에 이르렀음을 입증하고 있다.
저장성(浙江省) 소재 싱룬(興潤)부동산은 지난달 채무 35억위안(약 5854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했다. 올해 1ㆍ4분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신탁상품 발행 규모는 507억위안으로 전 분기 997억위안에서 49.1% 급감했다.
포브스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비관론이 확산될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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