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윗선 개입여부 규명 실패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의 책임을 지고 국가정보원 정보수집·대공수사 업무를 총괄하는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이 사임했다. 검찰은 대공수사 분야 직원들이 중국 공문서를 위조한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냈으나, '윗선'의 개입 여부를 속속들이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사의를 표명한 서천호 2차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서 차장은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제출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공판 과정에서 위조된 증거를 제출해 사법절차에 혼선을 초래하고 국민에 심려를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개선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또 위조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검사 2명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서울 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은 이날 오후 2시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통해 국정원 직원 등 4명을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을 위조하는 등 핵심문서 3건의 위조에 모두 관여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47)과 김 과장의 부탁을 받고 문서를 위조해 전달한 중국 국적의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 등 2명은 모해증거위조와 모해위조증거사용,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또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54)과 이인철 중국 선양총영사관 교민담당 영사(48)에 대해서는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사용과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지난달 22일 검찰의 3차 소환조사 후 귀가해 자살을 기도한 권모 선양총영사관 영사(50)에 대해서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증거위조에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남재준 국정원장과 담당검사 2명은 문서위조에 관여하거나 이를 묵인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검찰은 지난 2월 14일 중국 대사관이 “검찰이 제출한 문서3건은 위조된 것”이라고 확인한 사실이 드러나자 같은 달 18일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관련 의혹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지난달 7일 정식 수사체제로 전환한 검찰은 문서위조 과정에 관여한 국정원 직원 등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를 벌여왔다.
수사에서는 국정원 대공파트가 이 영사를 이용해 법정 증거를 입맛대로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선양 영사관 등 우리 외교라인은 물론 공소유지를 맡은 검찰과 중국 공안까지 농락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김 과장을 비롯한 대공수사팀 요원들이 증거가 위조된 사실을 몰랐다며 발뺌하면서 수사를 더 확대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수사 막바지 최모 대공수사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지만 개입이나 지시 여부에 대한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빈손으로 조사를 마쳤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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