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이제 자산관리는 자산 증식뿐 아니라 고객 욕구에 맞춰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자산가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돈을 잘 버는 것과 더불어 이제는 돈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해졌다. 삼성증권은 금융권 처음으로 자산가들이 재단을 설립하고 기부할 수 있도록 상담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차선주 신문화팀 과장이 생산적인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컨설턴트로 나섰다.
차 과장은 "지난 1~3월에만 재단설립을 원하는 자산가 8명을 만났다"며 "지난해 한 달에 한 번꼴로 상담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는 사회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산가들이 주로 은퇴 전후의 50~60대인데, 예전에 받은 도움을 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어한다"며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해 뿌듯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재단설립 형태도 다양해졌다. 재단의 80%가 장학사업 형태였는데 최근에는 문화ㆍ예술재단 등도 생기고 있다. 차 과장은 "연극인이었던 한 고객은 연극으로 좋은 일을 하겠다는 꿈을 위해 역할극상담치료를 위한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며 "기부로 은퇴 후 상실한 자아를 되찾기도 한다"고 미소지었다.
그와 상담해 만들어진 공익재단만 벌써 삼연장학재단 등 4곳에 이른다. 현재 재단 설립을 준비 중인 곳도 있다. 차 과장은 "재단 운영은 중소기업 운영과 비슷하다"며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공시하는 등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설립뿐 아니라 재단 운용 노하우를 전하고 재단 설립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에게는 기부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세무사나 변호사, 부동산컨설턴트도 연결해준다. 재단설립이나 기부 후 자산가들이 피드백을 받는지 또한 세세히 확인한다. 수수료는 없다.
비정부기구(NGO)와 기업재단에서 10여년의 경력을 쌓은 차 과장은 삼성증권과 제대로 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차 과장은 2010년 8월 삼성증권이 기부컨설팅을 처음 시작할 때 합류했다. 이후 삼성증권 기부컨설팅이 입소문 나며 외부 자산가들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차 과장은 "예전에는 삼성증권의 VVIP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했는데 지금은 잠재고객도 대상으로 한다"며 "기부컨설팅을 받은 뒤 삼성증권 계좌로 자산을 옮긴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늘어난 셈이다. 이어 "재단을 설립한 뒤 재단운용을 위한 기금을 회사에서 운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자산가들이 의외로 순수하다"는 차 과장. 그는 "사회적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내 자산가들이 기부할 수 있게 연결시키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신도 밝혔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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