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사건과는 별건으로 건설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원장(63) 측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순금과 크리스털을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성 없는 생일선물일 뿐이고 현금과 미화는 받은 사실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 심리로 3일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청탁 목적으로 한화든 미화든 일절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신빙성 없는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면이 있고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는데 사실오인을 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이날 공판에서 “이 사건 외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재판을 받고 있는데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이를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순금과 크리스털에 대해 원심은 알선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해 무죄를 인정했으나 이 역시 청탁 명목의 선물이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와 공판과정 내내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6275만원이라는 원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가벼워 1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바와 같이 징역 3년과 순금 20돈·크리스털 몰수, 추징금 1억691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당시인 2009년 7월~2010년 12월 홈플러스 공사를 수주하려던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모두 1억74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선물 등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황 전 대표는 원 전 원장에게 “삼성테스코가 인천 무의도 연수원을 신축하는 데 필요한 산림청 인허가 문제가 신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청탁 명목으로 현금 1억2000만원, 4만달러, 순금 20돈,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건넸다.
원심 재판부는 이 중 순금과 크리스털을 수수한 것에 대해서만 생일선물 명목이라는 점을 인정해 청탁 또는 알선의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전부 유죄로 인정하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6275만원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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