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트위터 활동을 전담했던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벌였다. 이들의 법정 진술은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 때의 진술을 번복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며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사건의 성격을 감안하면 긴장감이 감돌아야 할 방청석에선 끊임없이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30년 가까이 국정원에서 근무한 베테랑 요원들이지만 자신이 사용했던 휴대전화 번호도, 트위터 업무를 전담하기 이전에 트위터를 해본 경험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하루 일과에 대해서도 "모른다", "기억력이 떨어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 때엔 윗선으로부터 내려온 그날그날의 '이슈 및 논지'에 따라 트위터 업무를 해 왔다며 상세히 진술했으나 법정에선 이를 모두 뒤집은 것이다.
'모르쇠' 진술보다 더 가관이었던 것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 직원이라는 점이 무색하게 유치한 말들을 늘어 놓는 것이었다. 재판장이 듣다 못해 몇 차례나 "답변 가능한 질문으로 판단되는데 같은 말을 반복하지 말고 질문에 맞는 답을 해달라"고까지 했으나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 조사 받으러 갈 때 아노미 상태였다", " "검사님만 보면 얼굴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사지가 떨린다"고 하소연을 했다.
법정에서 보인 국정원 직원들의 행태는 요즘 큰 파문을 낳고 있는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사건'과 겹쳐 국정원이 정예 정보기관이라고 생각했던 적잖은 국민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는 기관에 대해 우리 국민은 수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인가. 또 국가보안이라는 이유로 마치 성역처럼 그 운영을 철저히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인가.
'이런 국정원을 그대로 놔 둬도 될 것인가.' 국정원 직원들의 어이없는 진술을 들으면서 헛웃음이 나오는 한편 이런 의문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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