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상무 야구팀은 1일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2014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롯데 2군을 7대 3으로 이겼다. 이 날 거둔 승리의 의미는 남달랐다. 올 시즌 홈 개막경기이자 문경으로 홈을 옮긴 뒤 열린 첫 공식경기였다. 지난 시즌까지 안방은 성남이었다. 체육부대는 위례신도시 개발 등에 따른 환경 변화로 지난해 10월 10일 완전히 터전을 옮겼다. 역사적인 무대에서 주장 정진호(26)가 결승타를 때렸다. 2-3으로 뒤진 6회 1사 만루에서 2타점 좌익수 2루타를 쳤다. 김상수(26)는 6이닝 3실점(2자책) 투구로 첫 승을 챙겼다. 경기 전 박치왕(45) 감독이 주목할 선수로 꼽은 정영일(26)은 등판하지 않았다. 대신 더그아웃에서 큰 목소리로 응원하며 동료의 장비를 챙겼다. 그는 "7월쯤에나 마운드를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영일은 광주 진흥고 시절 특급 기대주로 평가받은 투수다. 2006년 대통령배야구대회에 출전해 경기고와의 경기에서 13.1이닝 동안 삼진 23개를 잡아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당시 공을 242개나 던져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는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주장으로 선수 인권 문제로 비화됐고, 2008년 "청소년 선수들이 너무 많은 공을 던지는 것은 학대(abuse)에 해당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 권고로 이어졌다. 문체부는 지난 2월 26일 고교야구리그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등학교 투수들의 경기당 투구 수를 130개로 제한했다.
정영일은 2006년 KIA에 1차 지명됐으나 미국행을 선택, 계약금 100만 달러(약 10억6천만 원)를 받고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빅리그에 입성하지는 못했다. 오른 팔꿈치를 다쳐 인대 교체 수술을 받는 등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2011년에 방출됐다. 이후 일본 독립리그 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즈와 고양 원더스에서 선수생활을 이어왔고, 지난해 신인 지명에 참가할 자격을 얻어 8월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5라운드 8순위로 SK의 선택을 받았다.
정영일은 지난해 11월 19일 2014년도 국군대표선수로 최종 합격했다. 당장 뛸 수 있는 몸은 아니다. 오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오후에는 재활치료를 받는다. 국군체육부대는 그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부대가 문경으로 이전하면서 모든 훈련과 재활 장비를 최신형으로 바꿨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사용하는 시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정영일은 매일 40분씩 수영장에서 달리기를 한다. 그는 "근육을 부드럽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훈련 뒤에 근력 수준까지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시설 면에서 메이저리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입대 전까지 정영일은 걱정이 많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해온 합숙생활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재기를 뒷받침할만한 환경이 조성됐을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 동안 운동해온 흐름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했다. 정영일은 SK 입단 뒤 3개월 동안 쉼 없이 운동했다. 김경태(39) 재활코치의 도움을 받아 팔꿈치 통증 때문에 엉망이 된 투구 폼부터 고쳤다. 그는 비활동기간인 12월에 괌 재활캠프 참가를 자청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12월 23일 논산훈련소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 덕에 투구 동작을 좋았을 때 수준으로 회복했다. 정영일은 "훈련소에서도 짬이 날 때마다 빈손 투구를 했다. 내 폼을 거의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강속구를 던지는 일만 남았다. 박 감독은 "재기를 향한 열정이 상당하다"며 "퓨처스리그에서 곧 놀랄만한 투구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영일의 강속구는 진흥고 시절 최고 시속 154km를 찍었다. 지난 겨울에는 구속이 146km까지 올라왔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제구도 안정을 되찾았다. 정영일은 "부상에 오래 시달려 누구보다 내 몸을 잘 안다. 여름이 되면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상무에서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정영일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11월16일 ▶체격 188㎝ 98㎏ ▶출신학교 화정초-충장중-진흥고 ▶소속팀 상무 ▶포지션 투수 ▶주무기 직구, 슬라이더, 커브
▶주요 경력
2006년 7월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입단
2011년 5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서 방출
2011년 12월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입단
2013년 3월 일본 독립리그 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즈 입단
2013년 8월 신인 2차 드래프트 5라운드 8순위 sk 지명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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