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27일 내놓은 규제개혁회의 후속조치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호텔, 금융 등 서비스업과 제조업, 그리고 영세자영업자로 요약된다. 이들은 내수와 수출, 투자를 이끄는 핵심주체들이었지만 그간 겹겹이 규제로 인해 하고 싶은 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현오석 부총리가 불합리한 규제를 경제의 독버섯이라고 말한 것은 불합리한 규제완화 또는 폐지는 경제에 영지버섯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학교 밖 관광호텔 건립허용이다.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과 미술관 등 복합 문화시설을 지으려는 장소는 서울 경복궁 옆에 있다. 그러나 학교보건법에 막혀 6년째 공터 신세다.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반경 200m 이내는 '정화구역'으로 지정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서울중부교육청으로부터 호텔건립 불허 결정을 받았다. 다른 지역의 경우는 행정심판을 통해 승소했지만 주민민원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승인을 보류하는 일이 다반사다. 정부는 우선 학교정화위에서 심의절차를 바꾸는 훈령을 4월 중 만들기로 했다. 훈령이 만들어지면 정화위는 관광호텔업을 심의할 때 민원인에게 설명기회를 줘야하고 심의시 객관적 기준에 따라 사전검토후 심의해야 한다. 심의후에는 현재처럼 해제, 금지가 아닌 구체적인 결정사유를 통보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안행부는 '지방규제 개선위원회'를 통해 부당하게 사업계획 승인을 지연하는 지자체에 대해 시정권고를 하기로 했다. 문체부는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의 학교정화구역내 설치가 가능하도록 관광진흥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가 마무리되면 대한항공은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도 수혜자로 부각된다. 호텔신라는 2011년 8월부터 이부진 사장 주도로 중구 장충동 2가 202번지 일대 남산자연경관지구에 4층짜리 호텔과 3층짜리 면세점을 포함해 장충단 근린공원, 지하주차장을 짓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시에는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관광숙박시설 신ㆍ증축이 불허됐지만 2012년에 자연경관지구에도 전통호텔 증ㆍ개축이 가능해졌다. 호텔신라는 2012년 7월 전통호텔을 짓겠다고 계획을 수정해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답보상태다.
여수산단의 부담금 부담완화는 석유화학 업체들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를 비롯한 다수의 석유화학 업체들은 여수산단 내 공장 신증설에 필요한 인허가 과정에서 각종 비용 부담이 높아 5조원대의 투자를 보류했다. 지난해 녹지규제가 풀렸지만 공장용지로 허가를 받으려면 토지 원가의 3~4배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한다는 법 규정 때문이다. 여수산단은 녹지만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해 녹지규제 완화요구가 끊이질 않았다.
이에 정부는 현행 법령상 부담수준(지가상승분의 50%) 내에서 공공시설 설치를 부담토록 하고, 지가차액 환수시에 사업자가 투여한 공사비 일부를 차감할 수 있도록 세부규정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산단 내'로 제한돼 있는 개발이익 활용대상을 '산단 밖' 시설까지 확대하기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고 대체녹지의 산단편입을 위한 개발계획 변경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건의한 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은 관련 애로를 줄이는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의 대상 및 혜택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가업승계로 인한 긍정적 효과와 세금 없는 부(富)의 세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종합 감안해 신중히 추진키로 했다. 유한회사에 대한 감사와 공시의무 완화와 관련해서는 일정규모 이하(자산규모, 종업원수 등)의 유한회사에 대해 외부감사 및 공시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