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인들만 모여 운동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대회를 시작으로 4년마다 개최된다. 6회째를 맞이하는 내년에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한국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6월 세계군인체육대회 개최를 이끌어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김상기(육사 32기·사진) 조직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초 체육대회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러시아 소치로 날아가 현장 구석구석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배운 점을 내년에 체육대회를 개최하는 문경, 포항 등 경북 7개 시ㆍ군에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회가 600일가량 남아 한 시간 한시간 너무 바쁘다"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군인체육대회 정식종목은 농구, 복싱 등 24개다. 이름에 걸맞게 각 군들의 특색을 담은 이색적인 종목들도 눈에 띈다. 육군5종은 소총사격, 장애물달리기, 장애물수영, 투척, 크로스컨트리로 구성됐다. 해군5종은 장애물달리기, 다목적수영, 인명구조수영, 선박조종, 수륙양용 크로스컨트리다. 공군5종은 비행경기를 포함해 권총사격, 장애물수영, 펜싱, 장애물달리기로 구성됐으며, 고공강하는 정밀강하, 상호활동 등으로 분류해 진행된다.
김 위원장은 "일반인들이 군인들만 모여 스포츠를 한다고 하면 '무슨 운동을 할까' 궁금해 하지만 스포츠를 통한 우정은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대회에 작은 바램이 있다. 북한의 참가다. 이번 문경대회는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열리게 돼 개최 의미가 어느 대회보다 크다.
김 위원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분명한 목적이 있으므로 북한의 참가를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면서 "북한은 1회 대회 때 부터 계속 참가해 평균 10위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바램은 하나 더 있다. 이번 문경대회를 통해 6ㆍ25전쟁 후 도움을 받던 한국이 이제는 전쟁 폐허를 극복하고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인식을 세계에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 문경대회가 남북한 신뢰증진에 기여하고 우호협력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군기 가득한 눈빛에서는 '우정의 어울림, 평화의 두드림(Friendship together, Peace forever)'이라는 대회 슬로건에 걸맞게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