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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400여 개 '난립'‥상품·권력화 '전락', 새 논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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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문학상이 난립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문제 제기가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문학상 운영 현황이 처음으로 정리됨에 따라 새로운 논의를 불러일으킬 지 주목된다. 이민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국문학과, 문학평론가, 사진)가 문학상 현황을 수집, 정리한 결과 2012년 현재 우리나라 문학상은 공식적으로 총 379개다. 여기에 3.1문화상이나 4.19문화상 등에 포함된 문학부문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상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400여개를 훌쩍 넘어선다. '하루에 하나꼴' 이상 시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문학상 400여 개 '난립'‥상품·권력화 '전락', 새 논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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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학상은 △ 전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 부문 163개 △ 시부문 75개 △ 소설 42개 △ 아동 38개 △ 시조 24개 △ 수필 13개 △ 평론 13개 △ 번역 5개 △ 청소년 5개 △ 희곡 1개 등이다.

문학상 운영기관은 출판사, 언론사, 문인단체, 문인단체 지회, 지자체, 정부 부처, 공공기관, 추모사업회, 기업체, 동문회, 기념사업회, 문화재단, 종교단체, 문화연구소, 사단법인 등을 망라한다. 이 중 정부 부처가 운영하는 상으로 △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예술원상, 오늘의 젊은 작가상 △ 국방부-병영문학상 △ 안전행정부-공무원문예대전, 공무원문학상 등도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문단 내에서도 새로운 문학상 제정에 대한 논의, 정리가 필요한 시기"라며 "공정성이 의심되는 문학상이 많아 문학의 권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학이 죽고, 선양할만한 작가들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문학상을 부추기고 문학의 자본화, 권력화에 대한 추구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매년 늘어나는 문학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재작년만해도 한국수필문학진흥회에서 주관하는 '매원수필문학상'을 비롯, 5개가 생겨났다. 가장 많이 늘고 있는 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학상이다. 지자체들이 지역문화자원을 만들고,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문학관과 지역문인 기념사업을 실시하면서 문학상은 더욱 많아졌다.


이 교수는 "문학상이 행사성, 일회성, 홍보성 등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어 문학상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상을 만들어 사람을 모으고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슈화시키는 과정에서 권력을 만드는 사례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문학상 난립 못지 않게 중복, 일부 기관의 과잉 운영도 지적된다. 실례로 중앙일보는 신춘문예 외에 미당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중앙신인문학상, 중앙장편문학상 등을 문어발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한 기관이 여러 개의 문학상을 운영해 문인단체를 방불케 한다. 창비출판사의 경우 '창비신인소설상', '창비신인시인상', '창비신인평론상',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창비장편소설상', '창비청소년문학상' 등 신인등용문 위주의 장르별 문학상을 제정, 운영하고 있다. 유수의 출판사별로 이런 사례는 여럿 나타난다.


운영기관별로 한 작가와 관련된 상을 여럿이 나눠 운영하는가 하면 같은 이름의 문학상이 있어 대중들을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황순원 관련문학상은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황순원기념사업회의 황순원문학연구상, 황순원신진문학상 등 세개나 된다.


소설가 김유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유정문학촌의 '김유정문학상', 동서문학사의 '김유정문학상'이 있다. 시인 한용운과 관련, 창작과비평의 '만해문학상'과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의 '만해문학부문상'이 있다. 한 작가를 두고 여럿이 쪼개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같은 이름의 문학상도 있다. 중앙대문인회의 '중앙문학상', 중앙문학회의 '중앙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문학상을 기업 이미지, 기관 홍보 등 포장지로 쓰는 곳이 많다"며 "문학의 본질에 맞게 우리 문학의 새로운 위상 정립을 위해서라도 문학상 운영기관들이 모여 본래의 취지에 대해 논의를 해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상 운영과 달리 문단이 고민하고 넘어갈 대목이 또 있다. 문학계는 매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을 시작으로 새해를 맞는다. 그러나 올해는 소설 및 평론작을 내지 못 했다. 작년말 황정은 작가와 신형철 평론가가 '2014 현대문학상' 수상을 거부해서다.


현대문학상은 1956년에 제정돼 올해로 59회를 맞은 유서깊은 문학상이다. 현대문학상은 수많은 작가, 시인들이 탄생시키며 한국문학의 성장과 함께 했다. 이들이 수상을 거부한 이유는 현대문학이 일부 작가의 소설 연재 중단, 현 대통령 찬양 수필 게재 등 정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에 작가와 평론가는 현대문학에 수상을 반납했다. 문학상의 권위를 스스로 저버림으로써 문학계를 대표하는 상들조차 대중으로 외면받고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문학계의 건전한 논의가 요구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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