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조작’ 수사 급물살…국정원 윗선 개입 의혹 풀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과장인 일명 ‘김 사장’을 16일 체포하면서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몸통 찾기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검찰 관계자는 16일 “국정원 김 과장을 15일 오후 7시쯤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가 검찰 청사에 조사받으러 나온 직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미리 발부받았다는 점은 김 과장이 증거조작 사건의 의혹을 풀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김 과장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적용 혐의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유우성씨가 간첩이 아닌데도 간첩으로 만들고자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국가보안법 무고·날조 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중국에서 위조문서를 입수한 당사자로 알려진 국정원 협력자 김모씨를 15일 구속한 바 있다. 김씨에게 위조문서를 확보하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는 국정원 김 과장을 15일 체포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국정원 직원이 증거조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결과다.
주목할 부분은 검찰이 국정원 윗선 개입 의혹을 풀 수 있는지 여부다. 김 과장이 독단적으로 증거조작을 지시했고, 검찰은 위조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 재판부에 ‘위조문서’를 제출했다고 보는 것은 국정원 특성과도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국정원 협력자 김씨는 국정원 돈을 받고 ‘가짜 서류’를 제작했으며, 월급 형태로 돈을 받았다는 점을 유서를 통해 폭로한 바 있다. 국정원 돈이 제공됐다면 결제 라인이 ‘증거조작’ 시도를 알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 의혹 문제로 정치권 안팎에서 개혁 요구를 받던 시기에 터져 나온 사건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정원 지휘부도 이번 사안을 비중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김 과장이 증거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보고 라인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공수사국은 물론 국정원 차장, 경우에 따라서는 원장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진술 이외에 뚜렷한 증거를 찾아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 과장이 의혹의 실체에 입을 닫을 경우 검찰은 수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까지 벌였다고 해도 국정원 협조하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핵심 자료 입수가 가능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이 윗선 개입 의혹 수사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개인의 일탈’로 문제가 정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검찰 역시 의혹의 시선을 받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부실수사 논란으로 번질 경우 특검제 도입 움직임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은 명백히 드러난 수사결과에도 불구, 무고·날조 혐의가 아닌 문서조작 혐의로만 구속해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국정원 협력자와 국정원 직원 몇몇의 일탈로 얼버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 무서운 힘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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