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희애 "정글같은 아이들의 세계, 그 뒤의 상처…지금 해야 할 이야기"

시계아이콘02분 1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우울증 등 무거운 주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

김희애 "정글같은 아이들의 세계, 그 뒤의 상처…지금 해야 할 이야기"
AD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환하게 웃고 있지만 여기에 물방울 하나 떨어뜨리면 영락없이 우는 얼굴이다.' 이 웃는 듯 우는 얼굴을 가진 딸 '천지'가 14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날 아침 식탁에서 평소답지 않게 엠피쓰리를 사달라고 조르던 모습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엄마였다. "계란후라이가 예쁘게 부쳐졌네"라며 환하게 웃던 딸이 도대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오래 전에 사고로 남편을 잃고, 이제 딸마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냈지만 엄마는 남아있는 큰 딸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나 쌀을 씻고 밥을 안친다.

배우 김희애(47)가 연기한 엄마 '현숙'은 씩씩하고 당당하다. 그 사고를 당한 후에도 마트 시식코너에서 두부를 팔면서 애써 밝게 생활한다. 다만 학교 가기 싫어서 마트에 찾아온 한 학생에게 돈을 쥐어주면서 "무슨 일인지 엄마한테는 꼭 얘기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그의 슬픔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희애는 "감독님이 원한 '현숙'은 큰 슬픔을 이겨낸 성숙한 인간의 모습이었다"며 "감정의 최밑바닥 부분을 지나 그걸 딛고 일어서는 모녀에 초점을 맞췄는데, 어려운 얘기를 따뜻하고 재밌게 풀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딸의 죽음으로 출발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우울증과 자살 등 무거운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사춘기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묘하고도 예민한, 그러면서도 잔인한 감정의 선들이 이 비극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한 가족의 상실감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영화의 톤은 비극을 비극으로만 그치게 하지 않는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김희애가 21년 만에 선택한 영화가 이 작품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아이들 세계도 정글과 같아요. 힘 센 아이, 운동 잘하는 아이, 외모가 좋은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 등 그 안에서도 서열이 있죠. 실제 영화에서보다 뉴스를 보면 더 한 경우도 많고요. 물론 사회에 나가도 똑같긴 하지만요. 영화 대사 중에도 아이들이 따돌릴 때 '칭찬은 베이스로 깔고, 모함을 포인트로 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영화는 어떤 것도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다뤄져야 할 얘기가 아닌가 싶어요."


김희애 "정글같은 아이들의 세계, 그 뒤의 상처…지금 해야 할 이야기" 영화 '우아한 거짓말' 중에서


영화는 전작 '완득이'를 통해 다문화가정과 교육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김려령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외롭지 않아', '행복해', '괜찮아' 누구나 하는 이 우아한 거짓말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추리해나가는 데 영화는 초점을 맞춘다. 왜 '천지'는 '까똑, 까똑, 까똑...'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메시지에서 소외됐을까, 끊임없이 천지를 괴롭히는 걸로 위안을 삼은 '화연'에게는 어떤 상처가 있을까. 어느 한 명을 악역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설득력을 얻는다. 아역들의 섬세한 연기도 빛이 난다.


"처음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흠잡을 때가 없었습니다. 배우가 자꾸 이것저것 피하는 것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하겠다고 했죠. 도전을 하면 할수록 인생이 풍요로워지는데, 저는 겁이 나서 계속 아는 길만 가고 있었던 거죠. 현장에서 아역 배우들이 의젓하게 있다가도 자기 역할을 할 때에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어요. 시사회 때 처음 완성본을 봤는데, 어린 애들이 저렇게 신통하게 해낸 것을 보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는데, 괜히 부끄럽고.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니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영화가 너무 슬프다보니까 점점 눈물이 예측할 수도 없게 많이 나왔어요."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한동안 이어졌다. 둘째 딸로 출연한 '천지'역을 맡은 김향기에 대해서는 "어른인 나도 부끄러울 정도로 놀라운 감수성과 집중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화연' 역을 맡은 김유정에 대해서는 "너무 예뻐서 악역을 안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역할을 더 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 똑똑해보였다. 이 영화는 김유정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큰 딸 '만지' 역의 고아성에 대해서는 "독특하고 개성이 강하다"며 "이미 '설국열차'라는 대 작품을 통해 성인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3년 16세 나이로 데뷔해 올해로 벌써 30년이 넘게 활동하고 있는 김희애는 최근 각종 예능프로와 영화 등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박수도 받아보고, 외면도 받아봤고, 아무도 안 찾아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많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항상 이번 출연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지구력 하나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맡은 것은 열심히 하려고 하고, 관리도 잘 하려고 합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어진 일에 도전해서 후배들한테도 길을 터주는 선배가 되어야죠."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