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엡손이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시스루' 형태의 '스마트안경 2세대'를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한다. 1세대보다 작고 가벼우며 착용 상태에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엡손은 5일 서울 청담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투명 디스플레이, 머리 동작 감지, 카메라 등을 갖춘 스마트 안경 '모베리오(Moverio) BT-200'을 공개했다. 제품은 이르면 5월말 늦으면 6월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1세대의 초기 출고가(84만9000원) 보다 저렴한 70만원 선이 될 전망이다.
모베리오 BT-200은 지난 2012년 7월 엡손이 첫 선을 보였던 '모베리오 BT-100'의 후속작이다. 전작 대비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 와이파이, 블루투스, 미라캐스트, USB 등을 적용해 연결성도 높였다. 무엇보다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현실과 가상세계가 통합된 새로운 방식의 증강현실(AR)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제품의 안경테 앞부분에는 초소형 LCD 프로젝터와 정밀 광학 장치 등을 내장했다. LCD 프로젝터는 2.5m 거리 기준 40인치, 20m 기준 320인치 수준의 화면을 보여준다. 특히 중앙 스크린에 디지털 콘텐츠를 '시스루' 방식으로 투사해 실제 세계와 겹쳐 보이게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가구쇼핑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사용자는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거실에 다양한 종류의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다. 해상도는 960x540 픽셀(qHD)이다.
헤드셋 무게는 88g으로 이전 제품(240g) 보다 60% 가벼워졌다. 안경부에는 카메라와 블루투스가 새롭게 탑재됐다. 카메라는 사진·동영상 촬영 기능 뿐만 아니라 증강현실을 구동할 때 사용자가 위치한 실제 세계의 정보를 인식해 해당 애플리케이션에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구글의 스마트안경 '구글 글래스'와 비교했을 때 강점은 스크린을 볼 때 눈동자의 이동이 필요 없다는 점을 꼽았다. 구글 글래스는 스크린이 우측 상단에 위치해 스크린을 보기 위해서는 초점을 이동시켜야 해 불편함이 있으나, 모베리오 BT-200은 원래 초점 그대로 화면과 바깥 경치를 같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화면 크기가 크다는 점도 강점으로 들었다. 구글글래스는 부분 스크린으로 동영상 재생이나 풀스크린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모베리오 BT-200은 환경 구애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모베리오 BT-200의 가상 입체 프로젝션 디스플레이는 16대 9 화면비와 23도의 시야각을 갖췄다. 머리 동작 감지 기능을 활용하는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360도 가상공간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와이파이로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별매품인 와이파이미러링 어댑터를 사용할 경우 DVD플레이어나 TV 셋톱박스와 같이 HDMI 단자가 있는 영상 소스로부터 무선으로 고해상도 영상스트리밍이 가능하다. 제품의 기본 저장공간은 1기가바이트(GB)이며, 마이크로 SD카드로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제품에는 영상, 음악 재생 등 기본적인 기능이 갖춰져 있고, 다양한 콘텐츠 구동은 앱을 이용하는 구조다. 앱은 제품 국내 출시에 맞춰 모베리오 앱스토어에 공개되며 개발자에게는 오픈소스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 운영체제(OS)를 적용했고 안경과 유선으로 연결된 콘트롤러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모베리오 BT-200은 출시 초반 소비자 마케팅에 집중하고, 기업간거래(B2B)에는 용도에 맞게 기능을 보완해 별도 출시된 제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허영 한국엡손 프로젝터부문 영업·마케팅부장은 "무게, 크기, 기능 등 전작의 부족한 점에 대한 시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해 개선했다"며 "특히 기능 면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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