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2006년부터 평판TV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앞을 중국과 일본TV 업체들이 막아서고 나섰다. 중국은 초대형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일본은 울트라HD(UHD) TV 시장에서 가격전쟁에 나서며 샌드위치처럼 한국 TV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UHD TV, OLED TV를 비롯한 차세대TV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이 가격전쟁에 나서며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TV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과거 3D, 스마트, UHD 등 기술 경쟁이 주도하던 TV 시장이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 업체 폭스콘은 지난해 60인치 TV를 999달러에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은 5인치 더 작은 55인치 제품이 200만원을 넘어 화면은 더 크고 가격은 절반 이하까지 낮춘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내 70인치, 하반기께는 120인치 UHD TV를 선보인다. 폭스콘은 초대형 TV 시장에서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춘 반값 TV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할 계획이다. 초대형TV를 전략적인 프리미엄 시장에 놓고자 한 두 회사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스카이워스, TCL, 하이센스, 창홍, 하이얼 등 중국 5대 TV 업체 역시 대형 TV 시장에서 가격 파괴를 준비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가능한 까닭은 중국 패널 업체들이 8세대 이상에 집중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8세대 라인은 110인치 대형 TV용 패널을 원판 기준으로 한번에 2장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8세대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초대형 TV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 TV 업체들은 OLED 패널 라인에 대한 투자도 진행중으로 향후 2~3년 안으로 OLED TV 시장서도 가격전쟁이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의 대형 TV는 국내 제품보다 화질면에서 크게 떨어진다. 스마트TV 기능도 없다. 하지만 기술 경쟁력이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크기 대비 가격을 구매 요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위협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형 TV의 경우 눈으로 봤을때 화질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 중국산 TV가 국내 TV를 위협할 정도 수준은 아닌 상황이지만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생산 효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술면에서 차별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TV 업체들은 환율을 무기로 UHD TV 시장에서 가격전쟁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니는 55인치 UHD TV의 가격을 300만원대 초반, 65인치는 400만원대 중반, 70인치는 6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보급형 UHD TV를 내 놓으며 차세대TV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TV 시장이 가격 경쟁을 치달을 양상을 보이자 국내 TV 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예전 국내 TV 업체들은 지난 2006년 LCD TV 시장이 본격화 될때 가격전쟁을 주도하며 세계 TV 시장 1위 자리를 굳혔다. 8년이 지난 현재는 대형 패널 양산은 중국 패널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고, 환율로 인한 가격 경쟁력 마저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수입산 패널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계획으로 자칫하면 국내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8세대 LCD 패널 양산을 시작했고 LG디스플레이도 오는 9월로 예정된 중국 광저우 8세대 공장의 양산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TV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대형, 일본은 UHD 제품 가격 인하로 국내 TV 업계를 압박하고 있어 되살아나고 있는 TV 시장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생산효율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품질을 높여 화질, 기능면에서 차별화 해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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