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교육 경감 대책 "영어 쉽게 출제하겠다"…현장선 "풍선효과 생길 것" 회의적인 반응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으로 올해 수능부터 영어 과목을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영어를 쉽게 출제하면 오히려 수학 과목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풍선효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사교육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13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수능 영어에 대한 출제 경향을 발표했다. 심화과목을 배제하고 영어Ⅰ·Ⅱ 두 과목에서만 출제하며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해 정답률이 크게 낮았던 '빈칸추론문제'를 줄인다는 것 등이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은 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 등에서 영어몰입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등 어린 나이부터 영어를 위해 투입되는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수능에서 영어를 쉽게 출제하면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부의 대책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학 과목의 출제범위 축소나 난이도 조절 없이는 영어가 쉬워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수학 과목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학생들의 부담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교육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해 초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에 비해 영어는 1.2% 감소한 반면 수학은 7.1% 증가했다. 또한 수학과목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9년 6만7000원에서 계속 증가해 2012년에는 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과목별 사교육 참여율은 수학이 47.8%로 영어 46.3%보다 높았으며 고등학교에서만도 수학 과목의 참여율은 34.7%로 가장 높았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영어가 쉬운 수능으로 가는 것은 찬성"이라면서도 "문제는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도 사교육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데 수학교육에 대한 개선이 함께 나오지 않으면 수학 비중이 올라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부소장은 "영어보다 수학이 더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이 다 주요 과목이고 상대평가인데 영어 난이도를 낮춘다고 해서 사교육 문제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입시혼란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원단체들도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사교육 부담이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실효성 있는 대학서열해소 방안이나 근본적 입시개혁 없이 사교육이 줄기는 어렵다"고 지적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상대평가제도를 폐지하고, 입시전형에 대해 전향적 개편하는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어 과목을 둘러싼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도 새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수능 때 처음 실시됐던 수준별 A·B형의 선택형 영어 시험은 1년만에 폐지돼 올해는 다시 하나의 유형으로 시험이 실시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부터 정부가 해외영어시험 의존도를 낮추고 대입과 연계하겠다며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고등학생 국가영어능력시험(NEAT)'는 사실상 폐지되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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