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담배 소송'을 앞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금연 열풍이 불고 있다. 실장급부터 말단 직원까지 담배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1급인 21명의 실장 가운데 흡연가는 4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이 금연을 실천 중이고, 나머지 한 명도 금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늘 금연보조제를 사러갈 것"이라며 금연 의지를 불태운 나머지 한 명마저 금연에 돌입하면 건보공단 실장급 가운데 흡연자는 '제로'가 된다.
일반 직원들도 금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금연 캠페인을 주관하는 건강증진실의 흡연 직원 4명 전원이 이달초부터 금연을 시작했다.
13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공단 직원 1만6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 직원은 21%였다. 2012년 기준 전국 성인 흡연율 25.8%보다 낮다. 공단의 남성직원 흡연율도 32.4%로 성인남성 흡연율 41%를 밑돈다.
직원들 사이에서 금연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건보공단이 추진 중인 담배 소송의 영향이 크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국내외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 치료에 건보공단이 지급한 건강보험료를 담배회사로부터 받아 내겠다는 소송이다. 이후 건보공단은 대대적인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마포구 공단 본부 지하 강당에서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연 선서식도 가졌다.
공단은 인근 보건소와 함께 직원들의 금연을 돕는 한편,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한 금연운동도 확대하고 있다.
매월 발송하는 건강보험고지서와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문 등에 흡연 경고 문구를 싣고, 건강단체와 함께 흡연 경고 이미지를 담배갑에 넣을 수 있도록 온ㆍ오프라인 서명 운동도 검토 중이다.
이사회에서 담배소송 결정을 이끌어낸 김종대 이사장은 한 때 흡연가였지만 청와대 정무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던 1980년대 초반 담배를 끊었다. 이번 담배소송을 진두지휘하는 박병태 기획상임이사는 아직 금연 결심이 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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