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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권하는 사회, '육아맘' 내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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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직장인 K(34)씨는 얼마 전 소개팅에서 오랜만에 호감 가는 남성을 만났다. 직장생활 7년차인 '소개팅남(소개팅 상대 남성)'은 훈훈한 외모와 함께 깨알 같은 매너로 K씨를 사로잡았다. 첫 만남에서 호감을 느낀 K씨는 다음 날 애프터 신청을 즉각 받아들였다. 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큰 실망감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직장생활의 애환을 이야기하던 소개팅남이 "여자랑 일하는 것이 싫다"고 잘라 말한 것. 소개팅남은 여성 직원들이 자주 자녀 육아를 핑계로 지각을 하거나 갑자기 '대휴'를 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성 직원의 빈자리를 자신이 메꿔야 한다는 것이 불만의 요지였다. 또 야근과 회식 등에서 '열외'로 인정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소개팅남은 "저희 부서는 여성 직원을 아예 안 받습니다"라며 쐐기를 박았다. K씨는 "대한민국 직장맘의 애환은 짐작을 했지만 이 정도로 홀대받는지는 몰랐다"면서 "결혼 후 맞벌이를 원한다면서 여성 직장동료는 기피하는 이중성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가정+일 조화 '홈퍼니'는 그림의 떡?= '일하는 아내'는 대견하지만 집안일을 이유로 업무를 미루는 여성동료는 부담스럽게 여기는 직장남성의 속마음일 것이다. K씨가 만난 소개팅남처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근무 중 "아이가 아프다"며 자리를 비우는 직장 동료나 부하 직원이 마냥 좋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성과를 높이고 싶다면 워킹맘에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소가 최근 미국 여성잡지 <워킹 마더>가 선정한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을 분석한 결과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탄탄한 직장맘 지원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상위 10위 기업 중에는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해마다 선정되는 P&G와 IBM, 120년 역사의 식품회사 제너럴 밀스 등이 줄줄이 포함됐다. 연구소는 이들 기업을 가정과 일의 조화가 잘 이뤄지는 '홈퍼니'라는 신조어로 지칭했다. 특히 이들 홈퍼니 가운데에는 다국적 제약업체 애벗과 회계업체 딜로이트, 세계적인 보험회사 프루덴셜, 컨설팅업체 EY, 비영리 돌봄서비스 업체 웰스타 헬스 시스템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대다수가 글로벌 기업으로 포천 등 미국 언론이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직장'과 중복된다. 직원들의 일하기 좋은 기업이 세계 속에서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맞벌이' 권하는 사회, '육아맘' 내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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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홈퍼니의 특징이 K씨의 소개팅남의 불만과 대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우선 육아 휴직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미국은 육아휴직을 기업 자율에 맡긴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선 육아휴직을 제도화한 기업은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기업은 육아휴직을 100% 시행했다. 남성육아 휴직도 미국 전체기업 평균은 15%인 반면, 홈퍼니는 83%가 시행했다. 여성 육아휴직은 8주, 남성육아 휴직은 3주였다.


홈퍼니들은 양육 시 응급상황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대부분 갖추고 있었다. 자녀가 아프거나 어린이집이 쉴 때, 갑작스런 업무로 자녀를 돌볼 수 없을 때 지원하는 '백업 차일드 케어'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제도는 실효성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산하 가정직장연구소(FWI) 조사 결과, 회사 측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제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도 적극 장려됐다. 이 제도는 워킹맘들이 자녀 학교 방문으로 일찍 퇴근하는 경우 다른 날에 그만큼 업무시간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다니는 직원 78%는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었다. 남성이 77%, 여성은 79%로 남녀의 활용비율도 비슷했다. 또 홈퍼니들은 여성 리더십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전부가 리더십 개발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었다. 여성 최고경영자 코칭(99%), 네트워킹(96%), 경력 카운셀링(92%) 등의 제도도 활용됐다.


◆'일하는 엄마 증가'에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글로벌 기업들이 '일하는 여성'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소는 시대적 배경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일하는 부모' 시대가 도래하면서 직원들이 육아를 기업 몫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미국 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미국의 맞벌이 부부는 57.5%나 차지했다. 남편 혼자 버는 가정은 27.4%에 불과했다. 특히 6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들의 노동 참여율도 40년 새 두 배나 늘었다. 1970년 30.3%였던 워킹만 비율은 2009년 61.6%에 달했다. 부모의 헌신을 필요로 하는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43.5%(507만 가구)에 달해 외벌이 가구 42%(491만 가구)를 앞섰다. 2013년 통계청이 조사한 여성 취업에 대한 견해를 살펴봐도 남성의 81.2%가 여성의 취업을 원했다. 여성도 87.7%가 결혼 후 일자리를 갖기를 원했다.


최근에는 육아에 대한 아빠의 중요성 인식도 커지는 추세다. 연구소는 지난해 문화 시장 주요 키워드를 '부성애'로 꼽으며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의 아빠 육아 관련 프로그램의 인기를 사례로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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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직원들의 육아에 신경쓰는 또 다른 이유는 가정 문제로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과중한 업무로 육아에 소홀해지는 상황에선 이직을 고려하기 쉽다. 이직 고민자들 가운데는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초반의 구성원들이 더욱 심하다.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이 회사를 뛰쳐나가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손해가 막심하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이직률이 높고 업무강도가 센 구글 등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세탁과 자동차 관리 등 가사일을 돕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이들 홈퍼니는 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직원 모두를 위해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셈이다. 연구소는 "글로벌 기업들이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직원 전체의 문제로 보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하는 여성 문제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은 모든 일하는 부모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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