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의 막내딸인 크리스티나 공주가 돈세탁 혐의로 법원에 출두해 스페인 왕실 권위가 실추됐다고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이날 마요르카섬의 팔마데마요르카 법원에 출두해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남편 이냐키 우르단가린 공작의 탈세와 돈세탁, 공금 횡령 혐의에 가담했는지에 대해 심문을 받았다. 스페인 왕실 직계 가족이 법정에서 심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우르단가린이 저지른 사기행각의 핵심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우르단가린 공작은 동업자와 함께 비영리법인 누스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공금 600만유로(약 90억원)를 빼돌려 쓴 혐의로 스페인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아 왔다.
우르단가린 공작은 자신의 사업이 크리스티나 공주 및 스페인 왕실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사법 당국은 크리스티나 공주가 누스연구소 이사회의 일원인 만큼 사기행각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돈세탁과 세금 탈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공주를 소환해 조사하기로 결정, 그에게 8일 법원에 나올 것을 명령한 것이다.
크리스티나 공주는 이날 심문에서 "남편을 너무 믿었을 뿐"이라고 진술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해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만 주력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한편 왕실 부패 추문 등으로 스페인 국왕에 대한 지지도는 추락중이다.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 38년 재위 기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군주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스페인 국민 절반 이상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줘야 한다는 양위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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