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중국을 겨냥해 한 발언이 화제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2일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행한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서의 군비증강은 지역 경제 성장을 해칠 뿐"이라면서 "아시아에서의 군비 확장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비 확장을 위해 낭비되는 돈을 혁신과 인적자원에 투자해 지역 경제를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국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14년 영국과 독일의 관계와 유사하다"면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당시 강력한 교역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면서 "일본은 우발적인 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국방 예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다보스포럼에서 국방비 증강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중국과 일본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내비친 아베 총리의 발언에 맹비난했다. 세계 각국은 아베 총리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 언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역사적으로 중국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1차 대전 이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를 말하기에 앞서 1차 대전 이전과 근현대사에서 일본이 중국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직시하라"고 비난했다. 친 대변인은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은 일본 군국주의의 대외 침략과 식민통치의 역사"라면서 "갑오전쟁(청일전쟁), 한반도의 식민통치, 러일전쟁, 파시스트 전쟁이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베 총리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 "그는 질의응답 때 분명히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면서 "다보스 포럼에서 여러 해 사이에 겪은 가장 고약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본과 중국이 전쟁을 하게 될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양국이 영토분쟁, 국방 예산 증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다보스 포럼에서 아베 총리가 우발적인 수준에서나 부주의한 방식으로 갑자기 양국 간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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