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일동제약의 지분을 사들여 2대주주가 된 녹십자에 대해 일동제약 임직원은 "명분 없는 적대적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일동제약은 "합의 없는 시너지는 어불성설"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일동제약은 "이번 지분 매입 전 녹십자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이번 지분 매입 뿐 아니라, 지난 몇 년 간의 주식 매입 과정에서도 사전 정보공유는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녹십자는 지분보유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임을 공시를 통해 알렸지만 임시주총을 앞둔 시점에 경영참여로 그 목적을 기습적으로 변경하며, 그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며 "무리한 차입을 통해서까지 주식을 매집한 의도가 과연 우호적 협력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분쟁은 오히려 글로벌 제약기업 실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동제약은 최근 5년간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R&D)투자와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틈타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늘리기에 주력했다고 일동제약 측은 전했다.
일동제약은 "백신 등 독과점적 시장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녹십자가, 의약품 사업에 매진하며 성장해온 일동제약에 대해, 사실상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이 제약산업 구조개편의 바람직한 모습인지 심히 의문이 간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녹십자의 경영권 위협은 결과적으로 일동제약의 소중한 자원을 불필요한 곳에 허비하게 하고,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저하시키는 등 일동제약의 경영전략 수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며, 따라서 시너지나 우호관계 등의 일방적인 주장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포장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일동제약은 "기업분할을 통해, 다양한 중장기 전략들을 보다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추진하고자 하며, 경영의 책임과 효율을 제고하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며 "혹시라도 녹십자가 동종업계의 기업분할을 반대한다면 그 명분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녹십자는 이미 2000년대 초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기업분할의 목적을 우리와 비슷하게 밝혔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에 반대한다면 스스로의 경영활동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향후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명분 없는 적대적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정정당당한 노력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녹십자는 지난 16일 일동제약의 지분 14%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 29.36%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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