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을 추가 매수하며 지분율을 29%대까지 늘렸다. 현 최대주주(34.16%)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선 터라, 일동제약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 등은 개인투자자 이호찬 등으로부터 일동제약의 주식 14.01%를 인수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율은 15.35%에서 29.36%로 뛰었다.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선 것.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 9.99%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피델리티와 손잡으면 일동제약의 경영권이 뒤바뀌게 된다. 일동제약이 공들여 추진해온 지주사 전환도 무산될 수 있다. 일동제약은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주사 체제 안건을 통과시킨 뒤 최대주주의 일동홀딩스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려 했다. 하지만 녹십자가 지분을 추가 매수함에 따라 녹십자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지주사 전환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일동제약 정관 상 지주사 전환 안건이 통과되려면 전체 주주의 과반이 참석하고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와 관련 녹십자 측은 적대적 M&A 기우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수현 녹십자 부사장은 "우호적 협력관계가 형성되면 일동제약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파워와 영업력, 녹십자의 바이오분야 수출 경쟁력이 더해져 시너지가 날 것으로 봤다"면서 "M&A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4일 일동제약의 임시주총을 앞두고 지분을 추가 확보한 배경에 대해서는 "M&A 의도를 가지고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은 아니다. 주식 매도·매수 시점 상 이렇게 된 것이지 분명한 것은 경영권을 '침탈'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입장 정리를 하지 못했다"며 "두 회사가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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