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성 운용 헤지펀드 수익률 남성 펀드 수익률 웃돌아…투자 성향 차이 때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여성의 인내심이 남성의 자만심을 눌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수익률에서 여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가 남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앞질렀다며 15일(현지시간) 이처럼 표현했다.
회계자문업체 로스타인 카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 80개국에서 여성 매니저가 운용하는 125개 헤지펀드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9.8%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헤지펀드들을 모아 지수화한 'HFRX 글로벌 헤지펀드 지수'의 수익률 6.13%를 웃도는 것이다.
2007~2013년 6월 여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6%다. 같은 기간 HFRX 글로벌 헤지펀드 지수는 1.1%의 손실을 기록했다. 미 뉴욕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4.2% 상승했다.
여성 매니저의 펀드가 남성 매니저의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 헤지펀드 조사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가 2000년부터 9년 동안 남녀 성별에 따른 헤지펀드 수익률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여성의 펀드 수익률은 9.06%로 남성의 수익률 5.82%를 훨씬 웃돌았다.
이유는 뭘까. 이번 조사를 담당한 로스타인 카스의 켈리 이스터링 파트너는 여성과 남성의 투자성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남성은 투자할 때 직관에 의지하고 자기의 결정을 과신하곤 한다. 그러나 여성은 불확실성 같은 투자 리스크에 민감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남들의 조언에도 귀 기울일 줄 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투자성향은 남성과 여성의 두뇌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남성은 수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왼쪽 뇌가 발달한 반면 여성은 오른쪽 뇌가 발달해 감성과 창의성에서 우월하다. 오른쪽 뇌가 활성화하면 불확실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낯선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남성이 성급하게 공격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탓이기도 하다. 미 시카고 대학 연구진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투자 관련 의사결정에서 리스크를 무시하고 직관에 의존하는 성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스터링 파트너는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더 유리하다"며 "한편 남성이 지배하는 투자 세계에서 여성 매니저의 운용자금 규모가 남성 매니저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위기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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