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운동선수, 더구나 여자 선수가 소속 팀 감독의 폭언과 폭행에 맞서 투쟁하고 끝내 이겨낸다? 어지간한 신념과 강한 마음가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3년 전, 한 여자프로농구 선수가 해냈다. 요즘 ‘100% 자유투’로 매 경기 신기록 행진을 하는 춘천 우리은행 한새의 박혜진(24)이다.
2011년 11월 27일. 당시 우리은행을 이끌던 김모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박혜진을 폭행했다. 목을 조르고 벽에다 밀어버렸다. 같은 팀 소속으로 뛰던 언니와 주장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보도에 따르면 폭행이 상습적이었다고 한다. 박혜진은 감독의 폭행을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족과 상의한 다음 언론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농구팬들은 분노했고, 폭행 사실을 부인하던 감독은 단장과 면담하면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한국에서 운동 코치는 스승으로 대접받고, 선수는 제자가 된다. 선수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숙소에 모여 생활하며 지도자의 관리를 받기 때문에 ‘규율’과 ‘복종’에 익숙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박혜진의 선택은 놀라웠다. 그의 가슴 속에서는 “중요한 것은 신장(Height)의 크기가 아니라 심장(Heart)의 크기"라고 말한 앨런 아이버슨의 그 '심장'이 고동치고 있었다. 이 강한 ‘멘탈’이 박혜진의 신기록 행진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리라.
자유투 라인에서 림까지의 거리는 4.225m. 자유투의 성패는 기술보다는 정신력에 달려 있다. 방해 없이 서서 던지지만 가쁜 숨을 고르며 관중과 동료가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던지기 때문에 성공률이 높으려면 정신력이 강해야 한다. 남자프로농구 자유투성공률 1위 조성민(KT·16일 현재 90.2%)도 열 개 중 한 개는 놓쳤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83.5%였다.
박혜진은 올 시즌 41개의 자유투를 시도해 모두 집어넣었다. 15일 구리 KBD생명과의 경기에서는 3개의 자유투를 추가하며 ‘45연속 자유투 성공’이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종전 정선민이 가지고 있던 기록(42개)을 갈아치웠다. 동시에 한 시즌 최다 연속 자유투 성공 기록도 경신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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